▲ 2008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행사. 취악단이 연주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일요신문 DB |
다음달 25일에 열리는 18대 대통령 취임식의 기획을 맡을 업체로 중견기업인 연하나로가 선정됐다.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대기업 광고대행사가 연출했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과거 대기업을 참여시켜오던 관행을 깨고 박근혜 당선인의 뜻에 따라 새 정부가 지향하는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 참여 기회를 부여했고, 그 결과 기획사에 중소기업의 하나인 ‘연하나로’가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정발표 10여 일 전인 지난 1월 11일까지만 해도 18대 대통령 취임식 입찰경쟁에 제일기획(삼성), 이노션(현대자동차), HS애드(LG)가 참여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식은 중소기획사가 맡아 하면 안 되느냐?”는 의중을 내비친 후 계획이 변경됐다고 한다. 이에 대기업 광고대행사가 아닌 중견 이벤트 업체인 연하나로,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이즈피엠피 3곳이 경쟁을 하게 됐고 최종적으로 연하나로가 18대 대통령 취임식 기획을 맡게 됐다.
이벤트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가행사나 대통령 취임식은 대기업 광고대행사 이름으로 진행되지만 실제 작업은 이벤트 회사가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연하나로 또한 제일기획의 주요 협력업체로 굵직한 국가 행사에 참여해왔던 회사다. 이번엔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직접 이벤트 회사가 취임식 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이노션의 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이벤트 회사가 단독으로 국가행사를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줄 기회라고 생각한다. 업계 내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하나로가 중소기업의 대표성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문도 던지고 있다. 연하나로의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이벤트 회사 직원 A 씨는 “대통령 취임식의 경우 100개 정도의 하도급 업체가 따라 붙는다. 무대팀부터 초청장을 발송하는 업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연하나로는 업계에선 3대 이벤트 회사다. 매출로 따지자면 ‘업계의 대기업’으로 통한다. 삼성의 하우스에이전시(광고 대리점 가운데 특정 광고주의 자본 영향 아래에 있어 그 기업의 경영 지배를 받는 대리점. 일종의 전속 광고 대리점이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연하나로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자, 포스코, 서울시 등 굵직한 고객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이벤트 업체 직원 B 씨는 “연하나로는 보통 기획서를 쓰는 일을 하는 회사다. 견적을 내고, 행사를 직접 실행하는 것은 대부분 대대행 업체다. 대대행 업체도 그만큼의 대가를 받고 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하우스에이전시 개념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대행 업체에게 기획서를 쓰게 하고, 행사 실행을 위탁한 다음 대행료만 챙기는 일도 한다. 이는 대기업 광고대행사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노션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무대팀을 가진 이벤트 회사는 없다. 일이 분업되는 건 당연하다. 예를 들어 무대팀만 해도 연출이 원하는 콘셉트를 소화하려면 전문적이고 기술력이 뛰어나야 한다”며 “연하나로가 대기업 광고대행사와 거래하는 중견기업이라 해도 업계에서는 1위를 하는 회사다. 대통령 취임식인데 어느 정도 규모와 경력, 연출력을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인연 있다”vs“넘겨짚지마”
▲ 연하나로 회의실. 연하나로 블로그 화면 캡처 |
이벤트 업계에서는 연하나로, 유니원, FM커뮤니케이션즈가 3대 이벤트업체로 통한다. 이 중 연하나로와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두 곳만이 이번 18대 대통령 취임식 입찰경쟁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FM커뮤니케이션즈의 한 관계자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후보캠프에서 일을 했었다. 이 때문에 업체선정 과정에 있어 특혜 의혹을 받아 잡음이 새 나올까 경쟁 프레젠테이션 과정부터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FM커뮤니케이션즈는 조수연 육영재단 이사장이 상임고문으로 있다. 육영재단은 박근혜 당선인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FM커뮤니케이션즈 조수연 상임고문은 2009년 4월부터 육영수 재단의 이사장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이래저래 박근혜 당선인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는 조 상임고문과 취임식 기획사로 선정된 연하나로 송태일 대표가 친분이 깊어 연하나로가 선정되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조 상임고문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 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조 상임고문과 연하나로 송태일 대표는 둘 다 1958년생에 같은 77학번이다. 같은 시기에 조 상임고문이 고려대 응원단장, 송 대표가 연세대 응원단장으로 연고전 등에서 함께 활동을 한 인연이 있다. 업계에서는 ‘그 뒤부터 두 사람이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왔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의 한 지인은 “둘이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다. 업계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둘이 긴밀한 사이라고만 들었다. 그것이 이번 업체 선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하나로 측에서는 “현재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인사가 취임식 기획업체 선정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선정된 업체 대표 또한 친박계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벤트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모가 있는 행사일 경우 경쟁 프레젠테이션 전 입찰이 내정되어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모든 입찰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넘겨짚을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