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업계 빅4가 연말 대목을 맞아 치열한 배달경쟁에 들어갔다. | ||
대한통운은 1993년 택배업에 뛰어든 이후 줄곧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해왔다. 7년째 법정관리 중이긴 하지만 실적만큼은 꾸준히 좋았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도 전년도에 비해 물량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대한통운은 올해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고 자랑한다. 지난 3월 월평균 택배물량 1000만 상자를 넘어선 것과 11월에 연간 택배물량이 1억 상자를 돌파한 것이 바로 그것. 두 부문 모두 업계 최초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한통운이 이렇게 신기록을 세우며 자축하고 있는 동안 이를 바라보는 다른 경쟁업체들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다경쟁을 피하기 위해 물량 발표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는데 대한통운이 약속을 어겼다”며 대한통운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량을 발표하지 않기로 약속한 적 없다. 또 우리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박한다.
업계에서는 ‘미운 오리’로 전락하긴 했지만 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만은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또한 업계에서 유일하게 직영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이것은 직원들이 고객들을 대할 때 보다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1994년 택배사업을 시작한 현대택배는 올해 업계 1위 등극이 유력해 보인다. 각 업체들이 공개한 월별 판매 추이를 따져봤을 때 1억 25000만 상자를 배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수치는 대한통운 실적을 500만 상자 앞지른 것.
현대택배 관계자는 “1억 상자? 우리는 이미 10월 말경에 돌파했다”며 11월에 1억 상자를 돌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대한통운을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업계에서 비난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물량을 홍보수단에 이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현대택배는 다른 회사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고 강조한다. 즉, 다른 업체들이 기존의 물류시스템에 택배를 접목했지만 자사는 처음부터 택배만을 위한 영업망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 이 때문에 전문성이나 서비스 부문에서는 업계 최고라고 자랑한다.
올해 실적은 좋지만 내년에는 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 롯데그룹이 택배사업에 뛰어들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택배업을 시작하면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에서 나오는 택배는 스스로 처리하게 된다. 현재 롯데에서 나오는 택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택배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대택배는 2010년까지 아시아-유럽-미주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해 세계적인 종합물류회사로 키워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택배는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업을 시작한 업체다. 그래서인지 ‘원조’라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노하우만큼은 우리가 최고다”라며 “경험에서 나온 맞춤형 고객서비스는 다른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다”라고 자랑했다. 한진택배는 와인이나 김치 등 물량과 고객에 따라 다른 배송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부진해 보인다. 1억 상자를 돌파하긴 했지만 1억 1000만 상자를 기록해 ‘빅4’ 중 가장 낮은 물량을 기록한 것.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택배는 물량마다 단가가 다르다. 매출액으로 놓고 따지면 순위는 달라질 것”이라며 실적이 부진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진택배 관계자들이 빼지 않는 것이 사회공헌이다. 미혼모나 무연고 아동에게는 무료로 택배를 전달해주고 있다. 또 인터넷 매출의 1%를 사회공헌활동에 적립하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 GLS는 ‘신흥 강호’다. 출범 3년째인 2002년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업계 최단기간에 연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한 것. 지난해에는 중견 택배회사인 HTH를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그러더니 어느새 기존업체들과 1위를 다투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CJ GLS가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제일제당의 물류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란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 업계에 뛰어든 시간이 짧은 만큼 경쟁사들에 비해 서비스기술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나머지 빅3가 CJ GLS를 아직 한 수 아래로 접어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CJ GLS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를 과감히 해왔다. 곧 업계 최고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CJ GLS는 지난해 HTH를 인수하면서 터미널 70여 개, 영업소 700여 개 등으로 세력을 넓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