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 문화가 섞인 ‘멜팅 팟’(인종의 용광로) 사회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한국보다 훨씬 발전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TFA(Teach for America)다. 이 시스템을 통해 36년간 1000만 명의 흑인 및 라틴계 학생들이 교육을 받았다.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설립된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 학교도 있다. 졸업생의 85~95%가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냈다.
최 교수도 이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국내 다문화 학생들의 경우 외국인인 엄마가 한국 문화에 밝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다문화 엄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최 교수는 “다문화 학생들은 유년기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소통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다. 중고등학생 때엔 정보력과 경제력 부족으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공교육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방치된 것”이라며 “다문화 가정 엄마들이 올바른 자녀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엄마학교에 입학하면 5개월간 국어, 수학, 과학, 역사, 사회, 실과, 도덕 등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교과과목을 원격으로 배우게 된다. 엄마가 가정에서 자녀 과제를 봐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우선 학습에 필요한 태블릿 PC가 지급된다. 공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꼬박꼬박 수업에 참여할 경우 학습 장려금도 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수강생 1명당 약 140만 원 예산이 쓰인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인출해내지 못하면 소용 없으니 강의 후엔 시험도 자주 치른다. 각 강의별 8문항 내외의 퀴즈와 매주 40문항의 총괄평가가 이뤄진다. 격주 대면수업에서도 3차 시험을 본다. 학습 효과가 없을 수 없는 구조다.
최 교수는 “우스갯소리지만 카이스트 학생들은 가르침에 그렇게 큰 힘을 쏟지 않아도 된다. 어렵게 말해도 잘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학습 동력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마학교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수료율이 높다. 최 교수는 “다문화 가정을 보면 엄마들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도 90% 이상이 끝까지 수업에 나온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강의 접속 기록을 보면 하루 일을 끝마친 늦은 밤과 새벽 시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최 교수 설명.

강사진 수준은 강남 대치동보다 높다. 김이섭 카이스트 전기공학부 교수와 진교택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등 전·현직 교수들이 이들의 담임교사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도 현재 한마음글로벌스쿨의 1학년 3반 담임이다.
권역별로 운영되는 단톡방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 외에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학생들은 물론 엄마와 담임, 부담임까지 있어 학생들 학습 내용과 질문 및 답변을 공유하고 있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단톡방에 질문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 질문에 대답을 해줄 때마다 소정의 장려금도 지급하고 있다.
교육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에 대한 만족도는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 갈수록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엄마와의 관계에 도움이 됐다는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한마음글로벌스쿨의 경우 학생당 1년 예산은 50만 원. 이 가운데 60%(30만 원)가 교재와 학생 장학금, 28%(14만 원)가 강사료와 조교비, 나머지 12%(6만 원)가 서버 사용료에 쓰이고 있다. 2025년에는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이 8000만 원을, 삼일미래재단과 인춘재단이 각각 3000만 원과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다문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하게 주문한다. 그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인구 절벽 시대의 보물’이라고 표현했다. 수십 조 원를 써도 늘리기 힘든 인력 자산이라는 것. 특히 다문화 가정의 사회적 교육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 모델로 확장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다문화 학생을 결핍의 관점이 아니라 가능성의 관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시대에 다문화 학생은 지역 학교를 유지하고 미래 인적 자원을 확충하는 중요한 존재”라며 “이들을 위한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복지가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