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는 2006년 3.3㎡당 1억 원을 약간 웃돌던 땅값이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고 강남대로의 경우 이보다 1억 원이 더 높게 호가되곤 한다. 이면도로변 상업용지는 5000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강남권 토지시장이 매도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는 전형적인 ‘매도자 중심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왜 이처럼 강남권 땅값이 급등한 것일까. 일단 수요공급의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오피스빌딩을 지을 수요는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땅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간혹 매물로 나온 땅이 있더라도 실제 매수자가 나타나면 가격을 일방적으로 높여 거래로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시중에 떠도는 풍부한 유동자금이 주식형 펀드와 함께 부동산 펀드로 몰리면서 금융권의 오피스빌딩 매입 및 건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 등 외국계 투자자금까지 오피스빌딩 시장으로 ‘거침없이’ 유입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사내 유보자금을 가지고 사옥을 구입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가세하면서 오피스빌딩의 몸값은 하늘을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오피스빌딩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가자 직접 건립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땅값을 밀어 올린 것이다.
실제로 강남 테헤란로변 A급 오피스빌딩의 매매가는 연면적 기준, 3.3㎡당 2000만 원 선이다. 최근 강남 선릉역 인근 연면적 3800평 규모의 S 빌딩이 800억 원에 매매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오피스빌딩 전문관리업체인 현대산업개발 ‘아이서비스’ 홍성호 과장은 “불과 3년 전인 2005년 초만 해도 3.3㎡당 1000만 원이 넘으면 비싼 빌딩에 속했다. 일부 프라임급 빌딩을 제외하면 대부분 700만∼800만 원 수준에 매매되곤 했다”면서 “최근 강남권에서 프라임급 빌딩은 매물이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2000만 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빌딩 시장의 가격 상승 모습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닮은꼴이다.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한 빌딩이 거래가 되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주변 빌딩가격이 덩달아 상승, 재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강남권보다 한 수 아래인 분당에서 기존 강남권과 비슷한 가격 수준에 오피스빌딩 거래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강남권 오피스빌딩의 가격은 한 단계 더 올라가기도 한다.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형성 기능이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이처럼 오피스빌딩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어느새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풍부한 임대수요 때문이다. 현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1% 미만이다. 즉 연면적 100㎡ 가운데 비어 있는 곳이 1㎡도 안 된다는 뜻이다.
교보리얼코가 연면적 3만 3000㎡ 이상 서울지역 150개 빌딩을 조사한 결과 2007년 11월 공실률은 0.46%를 기록했다. 강남권은 0.32%에 불과했다. 이사 기간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자연 발생 공실률을 감안해 통상 강남권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2∼3% 수준이었다. 공실률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대기 수요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사무실 임대 수요가 급증하면서 임대료 또한 상승하고 있다. 현재 테헤란로변 오피스빌딩 임대료는 A급일 경우 3.3㎡당 보증금 70만 원에 월세 7만 원 수준이다. 즉 330㎡를 빌린다면 보증금 7000만 원에 월 7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3.3㎡당 2만∼3만 원의 관리비는 별도로 내야한다.
이러한 임대료 수준은 신년 초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최고의 오피스빌딩인 역삼역 인근 스타타워의 경우 보증금 90만 원, 월 9만 원, 삼성역 인근 글라스타워는 보증금 80만 원, 월 8만 원을 곧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오피스빌딩 임대수요 증가는 ‘오피스빌딩 수익률 상승→오피스빌딩 매수 세력 증가→오피스빌딩 매매가격 상승→오피스빌딩 건립 수요 증가→오피스빌딩 건립용 땅값 상승’ 등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에 강남권 땅값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땅값이 너무 오른 나머지 땅값 비용과 건물 신축 비용을 더할 경우 오히려 기존 오피스빌딩을 매입하는 게 더 나을 정도다.
‘아이서비스’ 홍성호 과장은 “지난 2002년 테헤란 대로변 땅값은 3.3㎡ 당 3000만∼40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2006년 초 1억 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2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땅값을 생각하면 오피스빌딩을 지어서는 도저히 임대 수익률을 맞출 수 없지만 오피스빌딩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리해서 매입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강남권 땅값 상승이 신년부터 주춤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이유는 엉뚱하게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라는 것.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권 토지시장은 기본적으로 매물이 없는 가운데 매물을 내놓으려고 해도 양도세가 엄청나기 때문에 실제 계약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과거 공시지가로 내던 세금을 현재 실거래가로 내기 때문에 양도세가 주민세를 포함할 경우 4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 당선인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토지도 양도세 관련 부분을 손질한다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하향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강남권 땅값 급등에 기존 오피스빌딩 매입이 신축보다 더 나은 기현상이 2008년에도 계속될지, 아니면 ‘의외의 MB효과’로 사라질지 좀 더 두고 볼일이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