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들은 국가사업 참여라는 명분과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RMD)운하. 사진제공=한나라당 | ||
특히 대운하와 관련해 공동협의체를 만든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상승 흐름을 주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운하가 주택시장 침체로 우울한 새해를 맞고 있는 이들 건설사에 ‘구세주’가 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대운하가 건설사에 반드시 ‘장밋빛’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이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인 ‘청계천 복원사업’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청계천 복원에 참여한 시공사들은 당초 계약금액인 3316억 원에서 몇 차례의 설계 변경을 통해 3879억 원에 공사를 끝냈다. 공사를 끝낸 뒤 해당 건설사 임원들 사이에 ‘손해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말들이 오갔을 정도다. 즉 청계천 공사에서 겨우 인건비만 건졌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보통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의 경우 일단 수주를 먼저 해 놓고 설계 변경을 통해 수익을 맞추는 게 관행이다. 때문에 설계변경을 통해 당초 발주금액보다 적게는 50%, 많게는 100% 넘게 공사비가 급증하곤 한다. 청계천 공사는 중간에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늦춰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유입하수관거 정비 비용이 추가됐지만 청계천 공사에서는 설계 변경을 통해 겨우 16%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업계’의 사정과 관행을 꿰뚫고 있는 것이 오히려 시공사에 ‘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대운하 공사는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건설사 입장에선 청계천 복원 공사의 연장선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선 한반도 대운하가 분명히 ‘단비’가 되지만 업계와 발주자의 사정에 통달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확보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가 청계천 복원과 한반도 대운하가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이라는 것도 건설사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단순한 도급 공사다. 즉 발주자가 건설비를 지불하고 수주자는 공사만 하면 된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 특히 경부운하는 민간제안사업이다. 즉 건설업체가 경부운하에 대해 수익성을 감안해 사업내용을 만들어 정부에 역으로 제안해야 한다. 공사비는 얼마고 이를 기준으로 몇 년간 운하를 운영해 수익을 챙길 것인지 따져야 한다. 수조 원의 공사비가 먼저 투입되고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통행료나 정박료를 통해 공사비와 수익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가 대운하 건설 후 기대만큼 운영 수익을 내지 못해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서 정부가 아닌 건설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사업 참여 자체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민간제안사업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손실이 나면 정부가 그 부분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지난 2006년 1월부터 철폐됐다. 대운하에 대한 건설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법을 다시 뒤집기도 어렵다.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그 손실까지 보전해 준다면 대운하는 첫삽도 뜨지 못하고 좌초될 위험성까지 있다. 이 대목에서 건설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얼마의 공사비가 들 것이며 기대 수익이 얼마가 될지 현 시점에서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당선인은 대선공약에서 한반도운하의 핵심인 경부운하의 경우 건설에 약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부운하 건설에는 전체적으로 14조 9000억∼15조 8000억 원 정도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천 준설공사에서 나오는 골재의 판매수익금이 8조 원 정도가 될 것이며 이것으로 전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놓고 건설사들은 바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당선인의 뜻(?)을 받들어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 공동으로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화답하고 있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지난해 정부기관에서 발주한 공공공사 금액 25조 원의 절반이 넘는 1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베팅을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과거 청계천 복원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와 프로젝트 수익구조를 꿰고 있는 이 당선인이 떡 버티고 있어 공사에서 ‘본전’만 찾으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 당선인 측에서 나오고 있는 대운하 주변 개발권을 공사 참여 건설업체에 부여하자는 주장도 이 같은 건설업체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은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 ‘운하 주변 개발사업을 통해 공사 참여업체에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업들도 건설에 참여하면서 뭔가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대운하 공사는 ‘기본’만 하고 관광·레저 등 대운하 주변 개발사업에 더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국가사업’ 참여라는 대의명분과 ‘수익’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건설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당분간 경제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