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전직 특수요원이 실종된 딸을 되찾기 위해 위험했던 과거와 다시 마주하는 복수 액션극이다. 6월 26일 전국 시청률 9.5%로 출발해 4회 만에 20%를 넘어섰고, 7월 25일 방송된 최종회는 전국 23.0%, 수도권 23.4%, 순간 최고 27.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에서도 3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동시에 흥행했고 작품과 소지섭 모두 TV·OTT 통합 드라마 및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를 정도였다.
"해외 시청자들도 '김부장'을 좋아하신다는 걸 순위로 보고 알았어요. 왜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알아보니까 외국에는 아빠들이 딸에 관한 문제는 절대 못 참는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내 딸이 사라진다거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빠들이 가만있지 않는대요. 제 주변에서도 아이를 가진 아빠들이 드라마를 보며 굉장히 많이 울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어떤 포인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러시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통하는 게 있지 않았나 싶어요."

"아내를 잃고 홀로 딸을 키우는 김부장은 딸과 함께할 때를 제외하면 무채색의 삶을 살아요. 그러다가 딸이 마지막으로 발견됐다는 공사장 바닥에 흥건한 피를 보고 '무슨 일이 생겼구나'라는 걸 직감한 순간부터 정말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죠. 그러면서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채로 딸을 찾기 위한 감정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려고 했어요. 민지를 찾을 때까지의 모든 것들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에 김부장은 악당들을 응징은 하되 죽이진 않아요. 잘 보시면 총을 쏴도 다리나 팔만 쏘는 걸 알 수 있죠(웃음)."
전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에서 연기했던 남기준이 그랬듯, 소지섭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에게 대중들이 기대하는 강도 높은 액션을 보여줬다. 평소에도 직접 고난도 액션을 소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권투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촬영할 때도 액션에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가장 고민에 빠졌던 것은 '어떻게 하면 부녀 사이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할 수 있을까'였다고. 그런 부담감을 무너뜨려줬던 것이 딸 민지 역을 맡은 신인배우 서수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배우가 쌓은 관계는 김부장이 딸과 마침내 재회하고도 영영 그의 곁을 떠나야 하는 '이별 준비' 장면에서 힘을 발휘했다. 딸을 찾아 헤매는 동안 감정을 억눌러온 김부장은 울고 있는 민지를 눈앞에 두고도 함께 무너지기보다 아버지로서 버티는 길을 택한다.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청자에게는 그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야 하는 신이었던 만큼 소지섭에게도 부담이 큰 장면이었다. 그러나 첫 촬영 때 그랬듯, 서수민이 먼저 감정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 준비한 계산을 내려놓고 상대의 연기에 그대로 반응할 수 있었다.
"그 장면에서 김부장은 울고 있는 딸아이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같이 울 순 없었어요. 고개를 돌리고 뭔가 감추고 있어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또 김부장의 그 감정을 느껴야 하니까 연기하는 저로서도 쉽지 않은 신이었죠. 촬영 전날 부담감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로요(웃음). 그랬는데 촬영 때 수민 양이 먼저 스타트를 끊은 그 순간에 느낌이 팍 하고 오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특별히 준비하거나 계산하지 않고도 잘 맞춰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오히려 준비를 더 많이 했던 건 '아빠 왔다' 신이었던 것 같아요."

"이 두 친구들이 연기도 잘하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해오는 친구들이거든요. 촬영 현장에 모이기만 하면 '어떻게 해야 이 장면을 더 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까'만 얘기할 정도로요. 저희 셋이 연기 스타일이 다 달라서 더 재미있게 맞출 수 있었어요. (윤)경호의 경우는 현장에서 특히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고 계속 말을 걸어주는 굉장히 유쾌한 친구예요. 자기가 편하려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한데(웃음). 현장에 오면 '형!' 하면서 저를 꼭 안아주기도 했고요. 그런 따뜻함이 있지만, (말이 많아서) 계속 붙어 있는 건 좀 힘들었습니다(웃음)."
올 하반기 또 한 번의 'SBS 금토드라마 성공 공식'을 써 내려간 '김부장'은 소지섭에게 단순한 흥행작 한 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1995년 모델로 데뷔해 1997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군의 태양', '내 뒤의 테리우스' 등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3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소간지'라는 애칭과 차무혁이라는 대표 캐릭터를 넘어 올해부터는 김부장이라는 새 이름이 더해지면서 몰아친 뜨거운 화제성 덕에 라이징 스타 브랜드 평판 1위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데뷔 30년 만에 라이징 스타로 불러주셔서 놀랐다"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실제로도 또 다른 출발선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라이징 스타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 데뷔 30년 차인데 이제 시작인가?' 싶었죠(웃음). 사실 예전에 '소간지'라는 별명을 들었을 땐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그런 이미지로 저를 기대하시는 분들께 맞춰드리려고 노력도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별명은 저한테만 붙었던 거잖아요. 이제는 부담감보다 너무 소중한 별명이 된 거죠. 요즘 또 TV에서 '주군의 태양'을 볼 수 있던데 그때처럼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 또래가 할 수 있는 멜로, 로코가 많진 않겠지만, 괜찮은 작품이 있으면 고민해 보려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