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아시안게임은 43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 중 41개 종목에 참가한다. 다만 메달 분포는 일부 종목에 몰릴 전망이다. 지난 대회 역시 한국의 금메달 42개 중 절반인 21개가 4개 종목에서 나왔다.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펜싱, 태권도, 양궁, 수영 등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양궁은 금메달 5개, 펜싱은 4개, 태권도는 4개다. 수영과 사격 또한 각각 금메달 4개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궁은 장기간 가장 확실한 메달밭이었다. 이번 대회 역시 리커브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전관왕을 노린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단체전이 진행된다. 지난 대회에서는 금메달 4개를 따낸 바 있다.
펜싱은 전 대회에서 양궁보다 많은 금메달 6개를 획득, 한국 선수단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종목 중 하나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종목에서 중심을 잡는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정상을 노린다. 지난 7월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송세라도 에페 종목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태권도에서는 2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유진(여자 57kg급)이 기대주로서 이번 대회 역시 출전한다. 다만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들은 이번 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새로운 얼굴들이 금메달 4개 목표에 도전한다.
수영, 그중에서도 경영은 최근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6개 포함 22개의 메달을 따냈다.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이었다. 개인전뿐만 아니라 계영에서도 금메달을 획득, '황금세대'로 불리는 김우민, 황선우 등은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대한사격연맹은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로 높이 잡았다. 한국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등 좋은 성과를 냈다. 당시 금메달리스트 3인 반효진(여자 10m 공기소총), 오예진(여자 10m 공기권총), 양지인(25m 권총) 모두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다른 종목에서도 양궁, 태권도 등에 못지 않은 효자 종목 등극을 노린다. e스포츠, 골프, 근대5종 등에서도 한국 선수단은 각각 4~5개의 금메달을 노린다.
e스포츠는 역사가 길지 않은 종목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선을 보였고 직전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는 기존 19명에서 41명으로 선수단을 늘려 성적 향상을 노린다.
e스포츠 종목의 간판은 '페이커' 이상혁이 포함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이다. 대전격투 종목에서도 호성적이 기대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이 진행됐던 3년 전과 달리, 스트리트 파이터,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철권 등 3개 게임을 엮어 단체전을 진행, '대전격투'라는 종목 이름이 탄생했다. 이외에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그란투리스모7, 뿌요뿌요 챔피언스 등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회 개막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릴 종목은 근대5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대5종 결선은 대회 개막일 다음 날인 9월 20일이다. 대표팀의 목표는 양궁 리커브 대표팀과 같은 전 종목 석권이다. 대표팀 간판 전웅태는 "남녀 대표팀 모두 금메달 2개씩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에 더해 종목 내 변화는 지켜보는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근대5종 종목은 지난 파리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승마가 사라졌다. 말의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폐지하고 여러 형태의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레이스인 '장애물 경기'가 신설됐다.
골프 역시 전 종목(남녀 개인·단체전) 석권이라는 목표를 호기롭게 내걸었다. 대한골프협회는 금메달 획득 시 2000만 원 포상금을 주겠다며 동기 부여를 끌어올렸다.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전 종목 메달획득(금 1, 은 2, 동 1)에 성공했으나 금메달은 남자 단체전에서만 나왔다.
이번 대회 골프 대표팀의 간판으로는 김주형이 첫손에 꼽힌다. 한때 세계랭킹 11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를 넘어 이미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20세 당시(2022년) 이미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승을 달성했다. 안정적인 해외 투어 활동을 위해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실하다. 동반 출전하는 김성현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PGA 투어 활동을 하다 지난 4월 병역 의무로 출국 연장 허가를 받지 못해 귀국했다.
또한 배드민턴, 유도, 탁구, 레슬링, 체조 등도 금메달 후보가 있다. 특히 배드민턴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을 보유해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배드민턴 레전드' 박주봉 감독은 지난 8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낸 이후 "이번 대회와 같은 결과를 목표로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 세계의 결과는 예상한 대로만 나오지 않는다. 종목을 지배하던 세계랭킹 1위 선수도 중요한 순간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기대하지 않은 분야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골프의 경우 금메달 4개라는 목표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대한골프협회가 내건 '공격적 목표'다. 협회장이 이를 언급할 당시에는 대표팀 면면조차 결정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투어에서도 여럿이 활동하는 골프 강국으로 통한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양궁과 같은 절대 강자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2006년과 2010년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전 종목 석권을 이뤄낸 시절도 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노골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포함, 최근 세 개 대회에서 금메달은 2개뿐이었다. 당찬 포부를 밝힌 대표팀이 16년 만에 전 종목 석권을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단체전인 야구, 축구 등도 변수가 큰 종목이다. 야구는 그간 4연패, 축구는 3연패를 이어오고 있으나 불안함은 여전하다.
야구는 박찬호, 추신수 등 현역 메이저리거까지 합류하던 과거의 '드림팀'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8년 금메달 획득을 기점으로 국내 야구계 기류가 변했다. 이후 대회부터 자체적으로 대표팀에 연령 제한을 두면서 젊은 선수를 위주로 팀을 구성한다. 일부 포지션에서는 뽑을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는 그간의 대표팀 성적이 우려를 사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4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강에서 일본에 패했고 3, 4위 결정전에서는 베트남에마저 무릎을 꿇었다. 다만 이전까지 차출하지 못했던 유럽파 선수들과 23세를 초과하는 와일드카드 자원들이 합류, 전력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