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문화기획 동아리들이 연합해 만든 강남 클럽 파티 ‘SKY스케이프’ 현장. |
일명 ‘SKY’라고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학생들이 만든 클럽 파티. 이들 대학의 문화기획 동아리들이 연합해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파티를 연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에서는 “보통 평범한 대학생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호화 파티다”, “동아리의 상업적 행사에 대학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한다”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지난 1월 31일 논란 속에 진행된 ‘SKY스케이프’ 파티 현장을 <일요신문>에서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대의 ‘스크루바’, 고려대 ‘파티프로바이더’, 연세대 ‘지니’ 등 3개 대학 문화기획 동아리가 공동 기획한 ‘SKY스케이프’ 파티는 3개 대학, 소위 명문대 학생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파티라는 식으로 기사화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또한 동아리에서 이날 파티의 수익금 중 10%를 클럽 측으로부터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동아리의 취지에 어긋나는 상업성을 띠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기자는 지난 1월 31일 연합 파티가 열린 서울 역삼동의 A 클럽을 찾았다. 목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입구 앞에는 진한 술 냄새를 풍기는 젊은 남녀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언론에 나온 ‘SKY’대 학생들만 참석할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클럽에 입장할 때 대학 동아리 측에서 학생증이라도 검사할 줄 알았지만 매표소에서는 미성년자인지만 간단히 확인할 뿐 출신 대학을 따로 검사하진 않았다.
서울대 ‘스크루바’의 한 학생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의 문화기획 동아리에서 기획하고 주최했지만 다른 대학 학생들이 와도 상관없다”며 “세 학교 학생들만 참석할 수 있다는 말은 기사가 잘못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럽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에는 직장인이나 파티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직장인 최 아무개 씨는 “동료들과 회식을 하다 클럽에 놀러 왔다”며 “‘SKY’ 학생들이 주최한 파티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클럽 안 스테이지는 DJ의 빠른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데 반해 춤추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아리 관계자들도 “파티를 준비한 3개 대학 학생들의 참석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푸념했다.
3개 대학의 문화기획 동아리가 파티를 기획하며 예상했던 참석 인원은 1500명. 그러나 실제 클럽을 찾은 사람은 200여 명 남짓이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들은 각각 100여 명씩 짝을 이뤄 왔지만, 서울대는 12명만이 클럽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 파티 포스터. |
클럽 밖에서 만난 한 연세대 학생은 “오늘 기사를 통해 세 학교가 연합한 파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와봤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재미도 없어 그냥 나왔다. 실망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당연히 클럽의 매출도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마감을 1시간 앞둔 새벽 3시쯤에는 클럽 스테이지가 눈에 띠게 한산했다. 클럽의 한 관계자는 “파티 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평소 목요일 매출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대학 동아리와 클럽 측과의 수익금 배분 문제는 어떻게 될까. 고려대 ‘파티프로바이더’의 한 회원은 “생각보다 손님들이 너무 안와서 이번에는 수익금을 남기기 어렵고 오히려 적자를 볼 것 같다. 그냥 우리끼리 놀고 마시는 걸로 만족해야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파티 수익금을 녹색 사업 지원이나 자선 단체 기부 등에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피했다.
서울대에 다니는 송 아무개 씨는 “동아리에서 파티를 열어 나온 수익금을 가지고 기부 등 사회적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동아리 회원들이 노는데 쓴다면, 상업적인 클럽 파티에 서울대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연합 파티를 개최한 클럽의 한 관계자는 “대학생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애초 SKY스케이프 파티의 취지라고 판단해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동아리 학생들이 파티를 단기간에 급히 준비하다 보니 기획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또한 파티 바로 직전에 언론에서 상업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킨 보도가 나가는 바람에 클럽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0.1% 대학생 사조직 ‘명문클럽’ 특별한 가입 조건 서울대 재수생도 퇴짜…부모 ‘간판’까지 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SKY’ 대학 학생들이 동아리를 통해 놀이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높은 학력과 조건을 요구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사조직도 존재한다. 한때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명문클럽’이 그것이다. ‘명문클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 씨는 “명문클럽은 3월 경 대학 신입생이 들어오면 바로 선발에 들어갔다. 남자는 무조건 서울대나 외국 유명 대학 출신만 가입이 허용됐고, 여자는 이화여대 학생들만이 멤버로 들어가는 게 가능했다. 또한 서열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남자나 여자 모두 재수를 하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가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여자들의 경우는 개인의 학벌뿐만 아니라 부모의 직업도 가입 조건에 들어간다. 부모가 정부 관료, 대학 교수, 대형 병원의 원장 등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 측근의 딸도 이 조직의 멤버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다만 서울대 출신 중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학생은 면접 없이 바로 가입 통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명문클럽’에 가입한 이들은 졸업한 선배 기수들과 서울 소재 유명 호텔과 스키장 등지에서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이 모임에서 선배들에게 대기업에 관한 고급 정보나 채용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002년 클럽 멤버로 들어간 B 씨는 “회사의 중진인 선배들의 도움으로 명문클럽 출신 남자들은 22세에 이미 외국계 G 증권사 등 증권사나 경영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 등 철저한 스펙 관리를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인재들 중에 상당수가 명문클럽의 멤버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명문클럽이 현재까지도 계속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A 씨와 B 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이들의 사교 모임이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