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야구장. 마산야구장은 새 구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사용된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 야구계로선 최악 시나리오
1월 30일 통합창원시는 “새 구장이 들어설 곳으로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마산종합운동장, 진해 옛 육군대학 자리 등 3곳을 후보지로 압축해 고민한 결과 진해 옛 육군대학을 최종 야구장 부지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창원시 관계자는 “선진 스포츠시설 균형배치, 통합도시 균형발전, 통합시 백년대계를 위한 미래성장 가치 창출 등을 고려해 최종 입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하며 “진해야말로 새 구장이 들어서기엔 최적화된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시 입장에선 최적화된 지역일지 몰라도 야구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게 진해는 이른바 ‘마창진(마산-창원-진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고, 교통도 불편해 야구장 입지조건으론 낙제 평가를 받던 지역이다.
창원시의 발표를 듣자마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시의 결정은 야구장 접근성과 관중 편의성 등을 무시한 철저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KBO 핵심 관계자는 “통합 창원시가 시청사는 창원, 도청은 마산에 두는 대신 진해 민심을 달래기 위해 새 구장은 진해에 지으려 한다”며 “인구가 고작 18만 명에 불과한 진해에서 과연 신생구단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KBO는 NC와 창원시가 2011년 창단 신청 당시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며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야구장 부지 조사가 투명하고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원시에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할 예정이다. 만약 위법이 발견되면 창원시의 연고지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자세다.
다른 구단 반응도 KBO와 비슷하다. 수도권 구단의 모 단장은 “창원시는 화장실 들어가기 전인 2011년을 떠올려야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2011년 창원시가 NC에 5년 내 2만 5000석 규모의 국내 최고 야구장을 지어 25년간 임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술 더 떠 지자체 예산 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NC 구단에는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연간 누적 관중이 100만 명이 되지 않으면 임대료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다 구장 명칭권과 광고, 상업시설 영업권도 모두 NC에 넘기겠다고 했다. 덕분에 몇몇 구단의 반대에도 KBO 이사회는 9구단 창단을 승인해줬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로 진해에 새 구장을 만들겠다는 창원시를 보면 그 많은 약속을 성실히 지킬 수 있을지 강한 회의감이 든다.”
# 지자체의 임대료 인상 ‘골머리’
모 지방 구단 사장은 “지자체가 프로구단을 무시하고, 일방적 행정을 펼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참에 ‘슈퍼갑(甲)’으로 군림하려는 지자체의 못된 버릇을 확실히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 사장은 “NC만 원한다면 연고지 이전을 위해 KBO 이사회가 발 벗고 나설 계획”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KBO와 야구계의 격렬한 반발과 달리 정작 피해 당사자인 NC는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다. 일단 NC는 “진해구장 건설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기에 창원시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표명한 상태다.
그러나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창원에 남아 야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심 NC가 연고지 이전 카드를 들길 바랐던 KBO와 야구계는 허탈한 표정이다. KBO 관계자는 “지역 여론과 민심이 NC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왜 NC가 서둘러 창원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연고지 이전 카드로 창원시를 압박했다면 더 많은 걸 얻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지자체들의 연이은 구장 임대료 인상과 펜스 광고권 회수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다른 구단들도 NC의 소극적 태도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한국도 외국처럼 지자체 지원이 미진할 땐 과감하게 연고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자체가 프로 구단을 산하 단체로 인식하지 않고, 대등한 동반자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NC가 연고지 교체 카드를 들기 바랐다”고 말했다.
# NC 일 터진 후 ‘허둥지둥’
그렇다면 어째서 NC는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창원 잔류를 선언한 것일까. NC 배석현 단장은 구단주 의지를 배경으로 꼽았다.
“우리를 환영해준 창원시민들에게 약속대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김택진 구단주의 뜻이다. 따라서 지금 창원을 떠난다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위기상황에서 NC가 게임사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 단장은 “창원시가 새 구장 건설 계획을 차일피일 미룬 건 야구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자칫 진해에 새 구장을 지을지 모른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러나 NC는 경고 사이렌이 울릴 때도 넋 놓고 ‘우린 창원시를 믿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기업을 모체로 둔 구단들이었다면 사전에 대책을 세우고, 활발한 여론전을 펼쳤을 것”이라며 “그러나 NC는 위기감은 고사하고, 대략적인 위기관리 프로그램도 세우지 않은 채 막상 일이 터지니까 허둥지둥 대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NC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한 프런트 직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창원시가 새 구장 건설을 두고 꼼수를 부리려한다는 루머가 돌았다”며 “그러나 의외로 구단 내에선 어느 누구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KBO는 여전히 NC가 원할 시 연고지 교체를 도와줄 계획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