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이 ‘백두산 생수’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12월 11일 출시한 백두산 천연광천수 ‘백두산 하늘샘’은 현재 마진을 남기지 못하고 적자를 보면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자선 사업도 아닌데 적자를 보면서 팔고 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이는 롯데칠성이 출시시기를 갑자기 앞당기면서 생긴 자충수다. ‘2012년 10월 시범 출시, 2013년 3월 정식 출시’였던 ‘백두산 하늘샘’ 출시 일정이 바뀐 데는 말 못할 사연이 있다.
업계에서는 법정 다툼 끝에 ‘삼다수’ 유통권을 뺏긴 농심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농심은 ‘삼다수’ 판매협약이 12월 14일 종료되면서, 2010년부터 중국에서만 판매해 오던 백두산 화산암반수 ‘백두산 백산수’를 국내 투입키로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마음이 급해진 건 롯데였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고민은 농심 역시 ‘백두산 생수’를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롯데 측으로서는 애초 계획대로 가게 될 경우 농심보다 출시가 3개월 정도 늦어지게 돼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칠성 측은 “애초 10월엔 세븐일레븐, 롯데쇼핑, 롯데마트 3곳 에서만 시범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요청이 와서 그럴 바에 시범 판매 없이 한 번에 정식 판매로 가자고 한 것”이라며 “10월에 정식 판매로 가기엔 공급량이 달려,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12월에 기존 요청이 있던 곳을 포함해 정식 판매를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칠성이 이처럼 출시시기를 변경하면서 안 봐도 될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롯데칠성은 ‘백두산 하늘샘’ 수원지가 겨울 기온이 영하(-) 20℃에 달하는 백두산 원시림 자연보호구역 내에 있는 관계로 이 지역에서 2000㎞ 이상 떨어진 국내까지 물을 이송하기 위해 고가의 특수 컨테이너를 투입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특수 컨테이너 회사에 국내까지의 운송을 위탁하고 있다. 비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컨테이너가 매우 고가”라며 “‘백두산 하늘샘’이 현재 1000원에 판매되며 아직 마진이 전혀 없이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지만 봄이 되면 컨테이너가 필요 없게 돼 마진을 조금이라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봄이 되면 2리터(ℓ) 대용량 제품도 내놓고 마케팅 등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보탰다.
결국 애초 계획대로 3월 출시가 이뤄졌다면 고가의 컨테이너로 인한 추가 물류비가 필요 없었단 얘기다. 이처럼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수익 구조에 부담을 느꼈는지, 롯데칠성은 지난해 12월 제품 출시와 동시에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TV 광고도 한 달 만인 지난 달 중단한 상태다. 반면 백두산 생수 라이벌 농심은 애초 계획대로 지난해 12월 20일 ‘백산수’ 출시 이후 계속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매점부터 시작해 점차 공급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백두산에서 부산항으로 들여 와 경남 양산 공장에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인 롯데칠성의 ‘백두산 하늘샘’의 불량률이 20%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 관계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문제가 될 만큼 높은 불량률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소용량 제품 판매량 집계 결과, 농심의 ‘백산수(600㎖)’가 2만 5801병을 판매한 반면, 롯데칠성의 ‘하늘샘’(550㎖)은 1만 2979병을 판매한 데 그쳤다. 아직 본 게임이라고 보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롯데 신 회장은 삼촌인 농심 신 회장에게 전초전에서 ‘KO패’를 당한 셈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삼다수’ 위상 추락 배짱 부리다 ‘왕따’ 신세 국내 생수 시장에서 지난 1998년부터 14년간 부동의 1위였던 ‘삼다수’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유통·식품 대가들인 롯데와 농심이 ‘백두산’ 생수를 연이어 출시하며, 약 6000억 원가량의 국내 생수 시장이 재편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다수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지난 1월 1일부터 15일까지 판매한 먹는 샘물 판매순위에서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농심이 유통에서 손을 떼자마자 ‘삼다수’에 위기가 찾아 온 셈이다. 업계에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공사)의 과욕이 불러 온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가 그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유통 및 물류까지 전담했던 농심을 밀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공사의 기대는 헛된 꿈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공사는 삼다수 판매권자를 광동제약으로 바꾸면서 기존 제주 도내 유통뿐 아니라, 도외 지역의 대형 할인점 유통까지 직접 맡았다. 하지만 공사 직원 신분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하는 등 영업 노하우 부족을 드러내며, 점유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라는 브랜드만 믿고 기존 업체들과 달리 대형 마트들을 상대로 제품 공급에 있어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며 마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마트들이 점차 삼다수를 밀어 내면서 자신들의 PB제품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식으로 공사를 간접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유율 하락에 더해 공사는 사장까지 삼다수 불법 반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삼다수 수출 사업의 경우 사업자조차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공사는 최근 맥주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민간사업자 모집에 실패하며 소규모 지역 맥주 사업으로 축소된 데다, 도의회의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다수를 과신한 제주도개발공사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