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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의 견제행위가 도를 넘었다.”
지난 1월 29일 SK텔레콤(SKT)는 보도자료를 통해 KTF와 LG텔레콤(LGT)을 성토했다. 그동안 맞대응을 자제했던 SKT가 반격에 나선 것. SKT 관계자는 “인수 허가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될 수 있으면 참으려 했는데 저쪽(KTF LGT)에서 너무 심하게 나왔다”며 보도자료 배포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SKT는 KTF와 LGT의 공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기정사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튀어나왔다. 새로운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정보통신부(정통부) 폐지가 유력시되고 있는 것. 통신업계에서는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번복되지는 않더라도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고 본다. 곧 없어질 부처에서 처리하기엔 다소 부담스런 문제라 다음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급해진 것은 SKT다. 정통부를 대신할 부처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불투명하기 때문. 인수 자체는 허가가 나겠지만 인가 조건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게 SKT의 우려다. 따라서 SKT는 정해진 시간 내에 인수 심사가 끝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KTF와 LGT는 더욱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자 SKT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SK텔레콤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역공을 가한 것이다.
한 배를 탔지만 이처럼 각자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것은 KTF와 LGT가 처해있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F는 이동통신업계 2위다. 또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는 KT의 자회사다.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전혀 부러울 것이 없는 규모인 것.
반면 LGT는 이동통신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모두 3위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정통부의 ‘약자보호정책’에 따라 급성장하긴 했지만 SKT나 KTF에는 한참 못 미친다. LGT 관계자는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통신시장은 SKT-KTF 2강 구도가 굳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사정은 더욱 절실한 것이다.
SKT를 비롯해 업계 일부에서는 이 두 회사가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실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정통부 인가심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거의 굳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SKT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인수계약을 했다”며 두 회사가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도자료에서도 “다른 진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KTF와 LGT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우선 KTF는 10개의 인가조건을 정통부에 제출했다. 이 중 핵심은 황금 주파수라고 불리는 ‘800㎒’. 이것만 해결해준다면 인수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800㎒는 주파수 효율도 가장 좋을 뿐 아니라 자동 로밍 서비스에도 유리하다. 현재 SKT가 2011년까지 독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KTF는 이번 기회에 800㎒ 주파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즉 하나로텔레콤 인수 반대는 주파수 재분배를 위한 ‘협상 카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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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T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T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합병을 해야 해는 것 아니냐”라는 통합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KT-KTF는 내심으로는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원하고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는 “합병이든 지주회사든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LGT는 정통부 폐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그동안 정통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기 때문. LGT가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통부를 대체할 부처에 LGT가 ‘약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도 최대한 챙긴다는 생각인 것 같다. 비록 인수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인수로 인해 입을 피해는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LGT는 올해 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1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LGT가 기업 투자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기조에 발맞추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LGT가 SKT-KTF 통신 2강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LGT 관계자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기필코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