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을 많이 주고받는 졸업 입학 시즌을 맞아 프리미엄 폰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 ||
지난 2월 초 휴대폰 업체 3사는 이례적으로 1월 실적을 발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48%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LG전자(28%)와 팬택계열(15%)이 뒤를 이었다. 총 판매대수는 210만 대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였다. 각 회사에서는 저마다 유리한 평가를 내리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올 한 해 치열한 판매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를 포함해 13년 연속 국내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점유율은 50%가량. 세계 시장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삼성 측은 “국내엔 경쟁상대가 없다”며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1위 자리를 놓고 노키아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 휴대폰 판매에서 내수 시장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올해 출발도 나쁘진 않다. 1월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한 것. 회사 측에서 “재고가 부족해 못 팔았다”고 엄살을 부릴 정도였다. 하지만 점유율은 다소 하락했다. 이를 두고 경쟁사에서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공세를 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100만 대를 돌파한 적이 있느냐”고 응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서 독주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3월부터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되면 삼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은 고가 프리미엄 폰을 주력으로 하는데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휴대폰 값이 오르면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어차피 국내 시장은 큰 비중이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어 그는 “필요하면 중국 등에서 선보였던 중저가 폰을 국내에서 팔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 대비책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삼성은 졸업과 입학을 맞아 ‘SPH 3500’을 출시했다. 재즈 아티스트 진보라가 광고 모델로 나와 ‘진보라 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제품은 HSDPA(3.5세대 이동통신방식) 폰 중 처음으로 가로보기를 적용했다. 이 밖에도 300만 화소 카메라 블루투스2.0 MP3 등의 첨단 기능을 두루 갖췄다. 펄 블랙, 체리 레드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되며 가격은 60만 원대. 회사 측은 “진보라 폰이 HSDPA DMB 가로보기를 모두 기다리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그동안 생활가전에 비해 휴대폰 부문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초콜릿 폰, 샤인 폰 등 글로벌 히트 상품이 나오면서 세계 5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특히 초콜릿 폰은 지난해 전 세계 누적 판매대수가 14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 제조사가 만든 휴대폰 중 가장 많은 판매량. 기존의 1위였던 삼성전자 ‘벤츠 폰’을 누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장세로 놓고 보면 단연 우리가 1위다”라며 “올해는 1억 대를 넘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전자는 국내 시장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월 실적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지난해 전체 점유율이 25%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LG전자의 고민은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북미지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이를 대비해 북미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지역 비중을 높여왔다”며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시장에서도 근심거리는 있다. 초콜릿 폰과 샤인 폰 등 소위 ‘블랙 라벨 시리즈’라고 불리는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 이 때문인지 LG전자는 곧 초콜릿 폰과 샤인 폰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블랙 라벨 시리즈를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LG전자는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지난 연말 출시한 ‘뷰티 폰(SH210)’ 홍보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500만 화소와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장착된 뷰티 폰은 7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터치스크린 기능도 장착했다. 색상은 블랙과 다크 실버 두 가지. 또한 배우 김태희를 전면에 내세워 광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팬택계열은 팬택, 팬택&큐리텔, 팬택씨앤아이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휴대폰을 생산하는 곳은 팬택과 팬택&큐리텔. 특히 팬택에서 출시하고 있는 ‘SKY’란 브랜드는 그리 낯설지 않다. 팬택은 SKY를 생산하던 SK텔레텍을 2006년에 인수하며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실적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당시 시장 점유율은 7%까지 추락했다.
워크아웃 1년도 안 돼 팬택의 실적은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만 보면 17%다. 여기엔 지난해 10월 출시한 ‘돌핀 슬라이드 폰(IM-U220)’의 공이 컸다. 이 제품은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도록 돌고래의 모양을 본 따 만든 3G폰이다. 특히 10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어 저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1월 들어 다소 꺾였다. 점유율이 15%로 떨어진 것. 회사 측에서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저가 폰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폰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
팬택계열도 졸업·입학 시즌을 겨냥해 ‘로맨틱 웨이브 폰(IM-S300)’을 선보였다. 제품명은 물결이 흐르는 듯한 겉모양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제품은 화면 전환 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효과가 있다. 또한 키패드에는 연보라 색 조명을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고 한다. 가격은 40만 원대.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폰 공략의 출발”이라며 로맨틱 웨이브 폰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