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야왕>에서 악녀로 열연한 수애. 사진제공=SBS
박원숙은 ‘막장 시어머니’ 연기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표독한 시어머니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공포심마저 안기고 있다. 2007년 방송한 MBC 드라마 <겨울새>에서 이미 막장 시어머니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5년 만에 한층 잔혹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백년의 유산> 속 박원숙의 행동은 매회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다. 박원숙은 극 중 아들(최원영 분)에게 “장난감을 사 준다”면서 성에 차지 않는 며느리(유진 분)와의 결혼을 겨우 허락한다. 이제부터가 시작. 아들을 빼앗겼다는 분노에 휩싸인 박원숙은 며느리에게 알레르기성 음료를 건네 먹게 한 뒤 응급상황을 만든다. 심지어 정신병원에까지 가둔다. 병원에서 탈출하던 며느리가 기억을 잃자 이번에는 불륜 누명을 씌워 이혼으로 내몬다.
극 중 박원숙의 행동에 치를 떠는 건 시청자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막장 중 최고 수준의 드라마”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막장의 진수”라는 글이 자주 오르내린다. 시청자들의 비난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백년의 유산>은 박원숙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이 드라마는 100년째 내려오는 국수 공장을 중심으로 가업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획 의도였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자극적인 인물들이 만드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단아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 수애도 요즘에는 분위기를 바꿨다. 쉽게 공감이 가지 않은 악녀 역할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수애의 높은 연기 몰입도에서 비롯된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분석된다.
박원숙은 <백년의 유산>에서 표독한 시어머니를 연기했다. 사진제공=MBC
그동안 영화 <그해 여름> <님은 먼 곳에>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 등에서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을 과시했던 수애의 변신은 팬들에게도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때문에 수애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수애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따른 대중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역할 탓에 나오는 비난에 대해 수애 측은 “연기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수애 측 관계자는 “연기에 몰입할수록 비난이 나오는 상황은 배우로서 감수해야 할 일이다. 오직 연기에만 몰입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수애는 <야왕>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출연 비중 탓에 일주일에 6~7시간만 겨우 잠을 자는 강행군을 벌이며 촬영에 몰입하고 있다.
박원숙, 수애에게 쏟아지는 시청자의 원성은 어쩌면 이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상관이 깊다.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한 덕분에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애는 비슷한 경력의 여배우들 가운데서도 연기력으로는 톱클래스에 속한다. 영화와 드라마 두 분야에서 모두 연기력을 인정받는 여배우는 수애가 유일하다는 평이다.
박원숙은 막장 시어머니 역할로 시청자의 공분을 사지만 정작 함께 연기하는 후배 배우들에게는 자극제이자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주기로 유명하다. 박원숙의 파워는 후배 배우들의 ‘증언’으로 자주 드러난다.
박원숙과 드라마 <겨울새>에서 부자 연기를 펼쳤던 연기자 윤상현은 과거 한 인 터뷰에서 “박원숙 선생님 덕분에 연기에 눈을 떴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문제의 화제작 <백년의 유산>에서 박원숙에게 사사건건 당하는 며느리 역의 유진의 생각도 비슷하다. 유진은 “방송이 될 때마다 혹독한 시집살이에 대한 시청자의 원성이 높고 실제 연기할 때도 시어머니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참혹하다”면서도 “촬영 때나 촬영이 끝났을 때나 박원숙 선생님에게 받는 에너지와 애정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막장드라마 봇물 남녀 욕조신·성폭행 등 아슬아슬 <돈의 화신> <가시꽃>의 한 장면. 지난 2일 시작한 강지환 주연의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은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단골 소재뿐 아니라 살인과 누명, 복수 등 한층 자극적인 이야기까지 끌어왔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이 욕조 안에 들어가 함께 샤워를 하는 모습마저 노골적으로 담아내면서 선정성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4일 첫 선을 보인 종합편성채널 JTBC 일일드라마 <가시꽃>은 한 술 더 뜬다. 심지어 주인공의 성폭행 설정까지 등장한다. 순수했던 여주인공 장신영이 온갖 불행을 겪으며 악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복수극을 표방하면서 그 안에 성적인 학대와 살인 미수, 환자 강제 추행, 사망 위장 같은 막장 코드를 버무렸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장신영을 향해 악행을 벌이는 상대역인 강경준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며 “그래도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