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 | ||
이에 대해 재계 인사들이 SK를 향해 ‘혹시나…’하고 던진 질문은 ‘역시나…’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SK 그룹이 SK C&C의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SK C&C 상장을 통해 지주회사 지분 확보와 순환출자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재 출연 없이 할 수 있게 됐지만 그룹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로 성장해온 SK C&C 상장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SK 그룹이 지주회사제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을 때부터 SK C&C 상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SK㈜가 분할된 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에 대한 주식 공개매수를 단행하면서 최태원 회장도 이에 참여해 SK에너지 주식 전량을 SK㈜ 주식으로 전환, 지주회사 지배력을 종전의 0.97%에서 2.22%로 높였다.
그러나 지주회사 지배가 곧 그룹 전체 지배로 이어지는 지주회사제에서 지주회사 지분율 2.22%는 총수에게 큰 의미가 없는 수치다. 더욱이 최 회장은 자신이 44.5% 지분을 보유한 SK C&C가 SK㈜ 지분 25.42%를 보유해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 회장의 SK㈜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실탄을 늘려주는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도 끊을 수 있는 SK C&C 상장설이 줄곧 거론돼 온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지난 2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SK 그룹의 SK C&C 상장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SK C&C가 SK텔레콤 등 계열사의 물량 지원을 통해 성장해온 회사며 SK C&C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5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의 상장은 최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이사가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 자기 이익을 취하는 것)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SK는 지주회사제 전환 선언 이전부터 SK C&C 상장을 통한 최 회장 지배력 강화 계획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 C&C가 지난해 2월 2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한 것에서 엿보인다. 주식 수를 미리 늘려 상장 과정에 대비했다는 분석이다.
SK C&C가 공시한 내역에 따르면 주식 총수는 액면분할 전 100만 주에서 분할 후 2000만 주로 20배 늘었다. 액면가가 20분의 1로 떨어졌지만 상장될 경우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SK 그룹 계열사들의 물량 지원과 최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 매집 실탄용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복합돼 주식 공모가가 최소 10만~15만 원은 될 것이란 분석이 증권가에 나돈다.
최 회장 주식 총수는 종전의 44만 5000주에서 액면 분할 후 890만 주로 늘어난 상태다. SK C&C 상장가 기대치를 10만 원으로 반영해 환산해 보면 시가총액은 8900억 원에 이른다. SK C&C 지분 10.50%(210만 주)를 지닌 최 회장 동생 기원 씨의 상장 후 보유 지분 시가총액을 2100억 원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최 회장 일가 앞으로 1조 1000억 원가량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 돈으로 최 회장이 SK㈜ 지분을 확보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월 18일 SK㈜ 종가 16만 1500원으로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 회장의 추정 상장이익 8900억 원으로 551만 여 주를 추가 매입할 수 있다. 이는 SK㈜ 지분율 11.73%에 해당한다. 현재 최 회장 지분율 2.22%에 합하면 13.95%가 된다. 1년 전만 해도 0.97%에 지나지 않았던 최 회장의 SK㈜ 지분율이 14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최 회장 동생 기원 씨의 SK C&C 지분 처분 예상액으로 SK㈜ 주식을 사들이면 2.77%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 최 회장 부인 노소영 씨의 SK㈜ 지분 0.03%까지 합하면 최 회장이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16.75%가 된다. 비교적 안정적인 그룹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최근 처분한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 계열의 SK건설 지분 매각대금과 아직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케미칼 우선주 등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높여줄 수 있는 실탄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안정적 지분 확보를 통해 SK㈜를 직접 지배하게 되면서 SK C&C 역시 정상적 지주회사 체제에 따라 SK㈜의 자회사로 편입돼야 한다. SK㈜가 상장사가 된 SK C&C를 자회사로 두려면 지분 20% 이상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SK㈜는 SK C&C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SK㈜는 자사주 13.8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를 처분하고 이런저런 차입금을 동원해 SK C&C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겠지만 SK C&C 상장주가가 10만 원대에 이른다고 상정하면 SK㈜의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 C&C 지분구조엔 SK텔레콤(30%)과 SK네트웍스(15%)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지주회사제 요건을 충족하려면 이들이 SK C&C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SK㈜가 SK C&C의 상장 이전에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로부터 SK C&C 지분을 사들인다면 상장 이후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SK C&C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SK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정거래 업무 등을 담당했던 윤진원 전 부장검사를 영입해 SK C&C 임원 발령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물량 지원 논란에 휩싸인 SK C&C 상장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밥상은 다 차려놓고 이제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최 회장 입장에선 업계 인사들 예상대로 SK C&C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듯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