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타공인 1위 ‘정관장’
“홍삼 하면 정관장이죠.”
한국인삼공사(KGC, 100% KT&G 자회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것은 KGC뿐 아니라 다른 홍삼업체에서도 인정한다. 그만큼 홍삼시장에서 KGC의 위치는 확고하다. 이것은 1899년부터 100년여 간 홍삼을 독점적으로 제조, 판매해왔기 때문. 지난 1996년에 인삼전매제도가 폐지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홍삼시장에 뛰어들었지만 KGC를 무너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에도 52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65%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KGC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다. ‘국가가 품질을 보증해준다’는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 하지만 그동안 쌓인 인지도가 워낙 견고해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자꾸 독점을 얘기하는데 자유경쟁으로 전환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들은 “사실상 품질엔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그동안 KGC가 1위 자리에만 오래 있어서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공격한다.
이에 대해 KGC는 “그동안 연령별, 기능별 신제품을 출시하며 홍삼시장의 리더로서 역할을 다했다”라고 응수했다. 또한 자동화설비와 우수의약품 제조관리시설을 갖추는 등 좋은 홍삼제품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KGC를 대표하는 홍삼제품은 ‘홍삼정’이다. 지난해에만 1100억 원어치가 팔렸다. 1912년 시판했다고 하니 장수 히트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가격은 200g 한 병이 18만 5000원. 사포닌 함량은 70㎎/g이다. 사포닌은 홍삼의 핵심 성분으로 이것에 따라 홍삼의 효능이 결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KGC가 언제까지나 1위를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후발업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 더군다나 이들은 홍삼을 주력으로 삼고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KGC는 지난해 골프선수 최경주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며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KGC는 새 학기를 맞아 ‘새 학기 자녀 사랑 대축제’를 2월 23일부터 3월 23일까지 실시한다. 이 기간 홍삼을 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노트북, MP3 등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한다고 한다.
▶▶▶ 농협 제품 30종 넘어
농협고려인삼(농협)의 ‘한삼인’은 정관장에 맞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점유율은 10%에 못 미치지만 지난해 3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인삼 경작인이 농협 회원이기 때문에 수삼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한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농협은 이미 30종이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초콜릿, 캔디, 차 등 식품뿐 아니라 비누 등 미용제품에도 홍삼을 이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홍삼 시장이 다양화 되고 있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중 가장 잘 팔리는 것은 ‘홍삼정 골드’다. 이 제품은 240g 한 병이 18만 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사포닌 함량은 70㎎/g.
농협은 올해 홍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정관장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인지도 때문에 밀린다고 판단했기 때문. 광고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렸다고 한다. 또한 다른 농협 계열사와 연계하는 마케팅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홍삼이 선물용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제품에 최고급 포장지를 사용했다.
▶▶▶ 대상 발효로 효능 강화
클로렐라로 유명한 대상웰라이프는 2006년에 발효홍삼인 ‘홍의보감’을 내세워 홍삼 시장에 뛰어들었다. 홍삼을 발효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정관장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오는 201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이를 위해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홍의보감을 새롭게 단장했다. 그 결과 대목인 설 전후 판매량이 대폭 늘어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홍삼을 먹는 사람들 중 일부만이 홍삼의 사포닌을 제대로 소화한다”며 “발효홍삼은 먹는 사람마다 균등하게 효능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편차가 심한 사포닌 흡수율을 90%까지 높여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 또한 홍삼에서 나는 특유의 흙냄새를 제거해 맛도 우수하다고 한다.
대상웰라이프는 지난 2월 초 강원인삼농협과 제휴를 맺고 강원도 6년근 수삼 중 30%를 독점적으로 제공받기로 했다. 강원도는 전문가들이 꼽는 인삼 재배의 최적지. 우수한 품질의 6년근 수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 측은 “클로렐라에 이은 제2의 히트상품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200g(67일 분량) 홍삼농축액이 19만 원에 팔리고 있다. 사포닌 함량은 80㎎/g.
▶▶▶ 동원 4년근 수삼 승부수
동원F&B는 ‘천지인’이라는 브랜드로 지난해 4월 홍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출발은 늦지만 회사 측은 “올해 확고한 2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자신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대구에 직영 판매점인 ‘천지인 홍삼’을 개장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 홍삼업체로는 정관장에 이어 두 번째다. 동원F&B는 올해만 100개의 매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원F&B는 4년근 수삼을 승부수로 내걸었다. 정관장을 비롯해 경쟁업체들이 6년근 수삼으로 홍삼을 만드는 것과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4년근은 6년근에 비해 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 하지만 천지인이 다른 홍삼제품에 비해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6년근이 제일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며 “자체조사결과 4년근이 사포닌을 가장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천지인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 최초로 ‘초고압 식품공법’을 홍삼제품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동원F&B가 즉석밥 ‘쎈쿡’에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3000기압 초고압을 활용한 천지인은 사포닌 일종인 Rg3를 12배, 사포닌 함량을 80㎎/g 이상으로 높였다고 한다. 맛도 부드럽고 순해 어린이와 여성들도 먹기에 편하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이 제품 240g 한 병 가격은 14만 9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3개월가량 섭취할 수 있는 분량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