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호 전 LG경제연구원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되자 LG그룹 측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클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구본무(왼쪽) LG그룹 회장과 이윤호 내정자. | ||
이윤호 장관 내정자는 지난 1987년 LG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 시절부터 20년간 그룹의 ‘씽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해 온 LG통이다. 때문에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 내정자와 LG그룹의 오랜 인연을 보도하며 ‘LG그룹 수혜론’에 불을 지폈다.
삼성 현대차 SK는 노무현 정부에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LG그룹만은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을 피해갔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의 LG전자 근무 등 정권과의 ‘각별한 관계’에 주목하기도 했다.
LG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가문(범 LG가 3세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이 이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 큰사위)이라는 무시못할 끈이 있는데다가 ‘20년 LG맨’이 기업 관련 주무부처 장관에 내정됐으니 다른 재벌들의 부러움을 살 만도 했다.
하지만 재계와 언론의 이런 관측과는 달리 실제로 LG그룹 내부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재계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LG그룹이 이 내정자의 국무위원 선정 소식에 반색했을 것이라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오히려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지난 5월 이 내정자가 LG경제연구원 고문에서 전경련 부회장으로 옮겨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전경련은 지난 19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이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기는 중간 역할을 한 이후 불편한 관계가 됐다. 구 회장은 그 때부터 단 한 번도 전경련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이윤호 당시 LG경제연구원 고문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갔을 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LG와 전경련 사이에서 화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당시 LG 측에서는 “이 부회장은 LG 퇴임 후 개인 판단에 따라 자리를 맡았을 뿐 그룹 의사는 개입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시 이윤호 내정자가 전경련으로 옮겨갔던 데는 ‘포지션’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내정자는 LG경제연구원장직을 물러나고 한직이나 다름없던 고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가졌었다는 것. 실제로 LG그룹 관계자도 “고문 자리는 ‘퇴직’을 앞둔 자리”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경련에서 상근부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 내정자는 LG와 전경련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은 이 내정자가 전경련으로 옮겨갈 뜻을 내비치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전 부회장은 4개월간의 LG경제연구원 고문 생활을 마치고 전경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LG와 전경련이 화해할 것이라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이 내정자가 전경련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구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거기(전경련)와 인연을 끊어서 가지 않습니다”라며 이전보다 더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이윤호 내정자도 구 회장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5월 29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와 오찬이 끝난 다음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첫 브리핑을 주재했다.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기자가 다가가 “오늘 데뷔했는데 LG와 전경련과의 관계개선에도 역할을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건 그쪽(LG)에서 발표하는 대로 하세요”라며 싸늘하게 답했다. 20년간 지속되던 두 사람의 공적인 인연은 이런 배경들로 인해 끊어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LG보다는 GS그룹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 내정자가 LG경제연구원에 재직할 당시 구 씨 일가(현 LG그룹 측)보다는 허 씨 일가(현 GS그룹 측)와 더 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 되기 이전에는 LG경제연구원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구본무 회장이나 허창수 회장이나 똑같이 받지 않았겠느냐”며 “누구와 더 가까웠다는 식의 소문은 지금으로써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 이처럼 이 장관 내정자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나도는 것은 결국 그가 특정 민간 기업에서 오래 일했다는 배경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말들은 너무 섣부른 해석이라고 말한다. LG그룹이나 GS그룹 관계자 모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해당기업 출신이 정부 요직에 앉아 있다고 해서 혜택을 받겠느냐”고 반문하며 “오히려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혁진 프리랜서 rejoice77@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