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과 산업은행의 끈끈한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22일 우리 측 임원과 산업은행 측 임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만나 금호산업의 산업은행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풀기로 합의했다”며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선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개설된 예금계좌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금호산업이 대출금을 갚지 않고 마땅한 담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상환계획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금호산업에 베트남법인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에 대한 설립자금 대출금 590억 원에 대한 상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우리은행 측은 금호산업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상환이 어렵다면 KAPS의 주식을 후순위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호산업이 KAPS의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에 팔아 자금을 확보하고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이를 회수하기 위해 부득이 가압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21일에는 이와 관련한 채권단 긴급협의회가 열렸지만, 금호산업 예금계좌 가압류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고,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결국 22일 금감원의 중재로 양측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면서 금호산업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동안 상장폐지 위기에 빠져 자본금 감액(감자)과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경영 정상화로 나아가려던 금호산업으로서는 우리은행의 가압류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산업은행의 금호산업에 대한 ‘특별한 마음 씀씀이’다. 우리은행의 가압류를 막기 위한 산업은행의 일련의 행동들에서는 어떤 결기마저 감돌았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은행은 유독 금호 관련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너무 금호만 감싸고도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의 이 같은 ‘밀월’의 배경은 무엇일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 1970년대부터 산업은행 고위직 출신들을 지속 영입하며 산업은행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1974년부터 1992년까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명예회장을 지낸 이가 12대 산업은행 총재를 역임한 고 이정환 씨다. 현재 그룹의 IT서비스 업체 금호IDT의 대표이사 황선복 사장도 산업은행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룹에서 활동 중인 임원과 사외이사 고문 등은 5명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가면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에 적극적으로 살려야 하는 입장”이라며 “산업은행 출신들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착 관계 운운하는 것은 우리를 모함하려는 세력들이 만들어 낸 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제간 갈등으로 독립경영을 펼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측은 “지난 2011년 말 진행된 박삼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정리 이후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및 금호산업 지분 추가 매입 과정에서도 금호-산은 밀월 정황이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을 통해 생긴 돈으로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주식 매입에 주력했는데 이는 산업은행의 배려로 가능한 일”이라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깊은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님이 금호석유화학 지분 정리 이후 금호산업 지분 14%와 금호타이어 지분 10%를 추가 매입했다”며 “금호산업이 더 어려운 상황이 고려됐고,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살리려는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