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활, 예산권까지 쥔 막강한 경제부총리 후보자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경제정책 추진을 보좌할 경제수석비서관인 조원동 전 조세연구원장은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는 폐지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재정균형과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다르다. 특히 현 후보자와 조 수석은 경기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행정고시를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국가 운영의 기본인 재정과 거시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와 정부 경제부처 수장이 출신과 성향이 비슷해 손발이 잘 맞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대책의 실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서승환 현 연세대 교수도 규제완화를 강조해온 인물이다. 서 후보자의 연세대 제자에 따르면 그는 교수 시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관련 반 시장적 규제를 없애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종부세는 소득과 연령, 납세실적 등을 함께 고려해 재산세에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새 경제팀의 이런 면모 때문에 당장 정부 출범 즉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이끄는 KDI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침체를 막고 경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을 쉽게 하도록 하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넉 달째 금리를 2.75%로 묶어 놓은 상태다. 최근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정부 들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책 수단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 후보자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종종 전화로 정책을 논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김중수 총재는 고교·대학교 선배고, 미국 대학에 있는 기간도 1년 정도 겹친다”며 ‘특별한 관계’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은행과 손발을 맞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한편에선 시장의 기대와 달리 획기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 1년 전부터 정부·여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분양가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안이 국회에서 번번이 통과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DTI, LTV 등 대출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인사가 많다.
최근 결정된 취득세 감면도 지자체 등의 반발로 고작 6개월 연장에 그친 것도 규제완화가 마음먹은 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각기 다른 이해당사자와 반대파들이 많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전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규제완화 대책 중 비합리적인 것들을 미세한 수준에서 조정하는 선에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경제팀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경제팀 컨트롤타워인 현오석 후보자와 조원동 수석이 모두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선 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과 대척점에 서 있기도 했다. 예컨대 현오석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전방위적인 혁신을 지향하면서도 시장적 접근에 따른 갈등 해소에 주력했다”고 극찬했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난 5년간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어 정부가 변화를 도모해도 경제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백팔십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조원동 수석은 박근혜 당선인이 이전 원칙을 고수했던 행정수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자기 목소리 없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아이러니”라며 “지금처럼 어려운 때 경제 수장으로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새 정부 경제팀이 기대만큼 혁신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일한 부동산전문 기자
재건축 시장 기대감 커지는 까닭 장관 후보 7명도 ‘이해당사자’ 재건축 시장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책 추진 방향이 알려져서가 아니라 내각 후보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13명의 장관 후보 중 5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개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반포 재건축 사단’이라고 부를 정도다. 다른 강남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2명을 합하면 13명 중 7명이 강남지역에 재건축 아파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반포주공1단지 138㎡(41평)형을 1989년 12월 구입해 2005년 7월 딸에게 증여했고, 2011년엔 같은 아파트를 한 채 더 구입해 놓은 상태다. 1989년 3억 원 하던 이 아파트는 현재 19억 원 수준이다. 개포동 W 공인 관계자는 “정부 주요 인사가 이해당사자인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규제완화책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일한 부동산전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