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7월부터 올 1월 말까지 순투자 한국 채권 규모는 10조 822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 자본은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3개월 연속 월단위 순투자를 기록했다. 아예 대놓고 사들인 셈이다. 2011년에는 단일 국가 기준으로 미국, 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에 올랐고, 2011년에는 1위에 등극했다. 2012년 3위로 처졌지만, 올 들어서는 다시 1위를 회복했다.
주식의 경우 2009년 8810억 원, 2010년 9790억 원에 이어 2011년에는 1조 2080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1조 7080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는 1월에만 5390억 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지난해 11월(5660억 원)과 12월(6940억 원)에 이어 석 달 연속 5000억 원 이상 순매수다. 최근 석 달 순매수 규모만도 지난해 연간 순매수에 육박한다.
중국 자본의 이 같은 대한민국 진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채권의 경우 한국 국채는 준(準) 선진국 가운데 발행금리가 가장 높다. 또 원화강세가 진행되면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억 달러어치 한국 채권을 원-달러 환율 1100원일 때 샀는데,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하면 10%의 환차익이 발생한다. 3% 안팎인 국채 금리의 세 배 가까운 수익이다.
또 다른 이유는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그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주로 미국과 유럽 채권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이들 국가 채권의 위험프리미엄, 즉 금리가 높아졌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국가재정 상태에다 발행금리도 높다. 추가적인 금리하락 가능성도 남아있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시장금리가 높을수록 채권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보유 채권 90조 원 가운데 중국인 보유분은 12%에 해당한다. 국내 채권의 외국인 보유 비중 6.91%(1월 말 기준)를 감안하면, 국내 채권의 0.83%를 보유한 셈이다. 채권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는 그동안 우리 정책·금융당국이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시장금리 및 환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인들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이 같은 환차익도 있지만, 국내 기업의 투자매력이 높다는 데 무게 중심이 있다. 앞서의 자산운용사 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잘나가는 한국 기업의 성장 과실을 주식시장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며 “또 최근 중국은 철강과 조선에 이어 전기·전자, 자동차 등까지 한국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에 대한 지분 확대는 그만큼 경쟁사에 대한 정보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1% 이상 주요주주, 3% 이상 대주주가 되면 다양한 회사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실제 중국 상하이 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가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최소화하는 대신, 보유한 기술을 상당부분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채권팀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재원 확대를 위해 정부의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만큼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라며 “중국은 이미 미국과 유럽 국채시장은 물론 증시와 부동산시장에서 ‘거인’으로 통하는데, 한국시장에서도 이들의 위상이 강화된다면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의 글로벌 경쟁 환경에도 중국 국부펀드들의 입김이 상당히 강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
지구촌 뒤흔드는 중국 자본의 정체 국부펀드, 자원시장의 ‘큰손’ 중국자본의 해외투자 원천은 3조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다. 외환보유고는 보통 달러나 유로화 채권으로 안전하게 운용되지만,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나 외환관리국(SAFE) 산하 투자기관인 징코트리인베스트먼트 등 이른바 국부펀드를 통해 다른 자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된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CIC는 30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징코트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3조 3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에 직접 연결돼 있어 규모 추정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이들 국부펀드는 초기에는 주로 국채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투자대상을 점차 부동산과 현물 등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이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곳은 자원 분야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세계 패권에는 글로벌에너지 기업들의 자원시장 독점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국부펀드는 이미 세계 자원시장에서 이름난 큰손이다. 최근에는 세계 주요도시 부동산을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CIC가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지분 10%를 매입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주목할 점은 중국 국부펀드의 투자가 단순히 수익추구가 아니라 중국의 세계 패권을 뒷받침하는 목적도 함께 갖는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는 이미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세계시장 영향력에서는 아직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의 경제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