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교수의 장모인 박영숙 씨가 제이콤 대표에 전격 취임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황 전 교수가 제이콤을 통해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이콤은 지난 3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한국산 말(馬)에 대한 연구를 위해 경상대학교 내에 ‘국립 경상대학교-㈜제이콤 ㈜비티캠 산학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경상대와의 산학연구소 설립을 통해 △성체 줄기세포의 채취, 배양, 분화 및 검증에 관련된 연구 △골수, 제대혈 유래 등의 성체줄기세포의 적용 연구 △동물 암(Animal Cancer)과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 △말의 품종 개량을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제이콤은 자연스레 황 전 교수의 복귀 창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하지만 제이콤은 황우석 전 교수와의 연계설을 부인하고 있다. 제이콤 측은 “산학연구소 건립은 황 전 교수와 전혀 무관하다”면서도 “지금까지는 황 박사와 사업상 무관하지만 (황 전 교수 쪽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황 전 교수와 관련된 소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황 전 교수의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암연구원이 추진 중인 체세포배아연구 프로젝트를 그가 책임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풍문까지 나돌고 있는 것. 수암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에 제출한 연구계획서에서 기존에 황 전 교수가 시도했던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재개한다는 실험계획을 밝혔다. 이는 인간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집어넣어 체세포를 복제, 각종 질병치료에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과 비윤리적인 난자 획득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지난해 3월부터 1년 6개월 가까이 전면 금지됐다가 지난해 10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겨우 제한적으로 허용됐을 정도다.
그런데도 황 박사가 수암연구원을 통해 재기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에 관해서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통해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이 일정부분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암연구원에서 제출한 ‘체세포배아연구 계획서’에 책임연구원으로 J 씨가 등재돼 있었으며 황우석 전 교수는 J 씨를 보좌하는 연구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수암연구원은 약 2주 후 연구계획서 수정본을 제출했는데 이 수정본에는 책임연구원을 황우석 전 교수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수암연구원 측의 이런 행보를 ‘정공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차피 황 전 교수 없이는 체세포배아 연구 진행이 불가능한 만큼 그를 전면에 내세워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증권가에서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열풍이 재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른바 ‘바이오 테마주’의 주가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황 전 교수 복귀설을 뒷받침하는 믿기 힘든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줄기세포는 존재한다’라는 가제목의 르포형 다큐멘터리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보도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각종 주식 사이트의 바이오 관련주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루머는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바이오 테마주 대세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로 인해 황 전 교수의 후견인인 박병수 수암재단 이사장이 인수한 에스켐, 황 전 교수의 장모가 대표로 있는 제이콤 등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에스켐의 경우 3월 10일경까지만 해도 주당 1만 원에도 못 미치던 주가가 ‘황우석 복귀설’이 떠돌기 시작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한 달 만에 30%가 넘게 올랐다. 에스켐은 이 기간 동안 한 차례 상한가를 친 것을 포함해 1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하루 만에 6%p 이상 하락한 날도 많아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인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이콤의 주가향배는 더 오리무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어떤 날은 주가가 10%p 이상 올랐다가 다음날은 급전직하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주가는 4000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우석 전 교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다른 바이오 회사들도 주가가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세원셀론텍의 경우 개인 맞춤형 뼈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다른 바이오 주식인 산성피앤씨도 비슷하다. 산성피앤씨는 4월 들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약 보름 만에 4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이런 주가 변동도 지켜봐야할 점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