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1969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를 생산했다. 이어 1990년에는 유럽에서 주로 쓰이던 드럼세탁기를 처음으로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드럼세탁기의 판매량은 극히 미미했다. 가격이 20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비싸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 하지만 LG전자는 지난 2002년 드럼세탁기 트롬을 100만 원대 가격에 출시하며 드럼세탁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전자는 “세탁성능도 뛰어나고 건조까지 가능한 드럼세탁기가 세탁기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라고 밝혔다.
세탁기 시장에서 LG전자는 부동의 1위였다. 특히 드럼세탁기 시장에서는 한때 점유율이 80%를 기록했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거센 추격으로 이제는 45~50%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 이에 대해 LG전자는 “이제 우리의 주력은 국내가 아닌 국외다”라며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드럼세탁기 판매 1위를 기록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점유율이 내려간 것에 대해선 “개의치 않겠다”라는 얘기다.
LG전자는 트롬의 출시 이후 드럼세탁기의 단점을 꾸준히 보완해왔다. 예를 들어 드럼세탁기 용량이 작아서 불만이 많다는 것을 파악한 후 세계에서 가장 용량이 큰 15㎏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주부들이 드럼세탁기를 사용할 때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되는 것을 개선하고자 빨래를 넣고 빼는 출입구와 손잡이 위치를 올렸다. 또한 드럼통 경사도를 15도로 높여 굳이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도록 설계했다. LG전자는 트롬을 사용할 경우 “기존 드럼세탁기에 비해 허리와 무릎에 주는 충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올해 ‘안심헹굼 스팀트롬’(모델명 FR3204TH)을 선보였다. 안심헹굼이란 세탁 후에 자체 개발한 헹굼 방식으로 세제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 LG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하면 기존 제품과 사용시간은 같지만 잔류 세제량 및 거품 발생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앞선 기술력으로 세탁기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5년 늦은 1974년에 세탁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드럼세탁기 하우젠은 2003년에 출시했다. 2004년까지만 해도 하우젠은 트롬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점유율이 올라가더니 지난해에는 40%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만 놓고 보면 “올해 역전도 가능할 것 같다”라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그동안 국내 생활가전부문에서 LG전자에 다소 밀렸던 삼성전자로서는 반격할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동안 하우젠은 트롬에 비해 “용량도 적고 진동과 소음이 크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에서는 하우젠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삼성이라는 브랜드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인이 우수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빨래를 끝내고 난 후 만족도를 보면 하우젠이 제일 낮은 것 같다”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글로벌 기업 삼성이 만든 제품인 만큼 기술력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한다”라고 응수했다. 그 예로 올해 새롭게 출시한 하우젠 드럼세탁기 ‘청정헹굼’(모델 명 SEW-HVR148ATA)을 들었다. 이 제품은 헹굼의 단계를 트롬의 안심헹굼보다 한 단계 더 늘린 네 단계로 나눠서 세탁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청정헹굼을 거쳐 나온 물은 먹는 샘물 수준과 비슷하다고 한다. 또한 ‘볼 밸런스’를 설치해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했다는 것.
결혼철을 맞아 삼성전자에서는 혼수가전 구매 고객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 300만 원 이상의 전자제품을 구매할 경우 무료로 청첩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일정금액 이상이 되면 여행가방 침구세트 등 살림에 필요한 제품들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대우일렉은 지난 2003년 드럼세탁기 클라쎄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세탁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공기방울세탁기’ 등 대우전자 때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 특히 대우전자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 2001년에 세계 최초로 무세제 세탁기인 ‘마이더스’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었다.
대우일렉의 가장 큰 약점은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우라는 이름에 대해 신뢰도가 낮은 것도 걸림돌이다. 최근 대우일렉이 탤런트 이수경을 내세워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통했는지 최근 클라쎄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대우일렉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점유율만 보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기 때문. 업계 3위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이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워낙 강적이기도 하지만 클라쎄가 트롬이나 하우젠을 상대할 만한 ‘내공’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은 “올해부터는 세탁기 시장이 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우일렉이 지난 2월 출시한 드럼세탁기 드럼업(모델명 DWD-T125RDP)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허리 보호에 초점을 맞춰 드럼 입구를 높였다. 또한 삶음코스 운동화세탁 등 다양한 코스가 있어 주부들의 눈높이를 맞췄다. 대우일렉에 따르면 드럼업이 나온 이후 월 판매량이 3.5배 뛰었다고 한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일렉은 결혼시즌을 맞아 4월 한 달간 ‘클라쎄 스위트 프러포즈 파티’를 실시한다. 클라쎄 구매 고객 20쌍을 추첨해 파티에 초청하고 기념품을 증정하는 행사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공기방울세탁기를 만들던 저력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