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은 대표적인 충무로 하이틴 스타 출신이다. ‘허석’이라는 본명으로 데뷔한 그는 80년대 후반 충무로 학원물 열풍을 주도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2> 등의 영화에 남자 주연배우로 출연했는데 당시 호흡을 맞춘 여배우이 이미연, 고 최진실 등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충무로 학원물이 배출한 또 다른 스타로 그 주인공은 바로 김민종이다. 당시 주연인 허석이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면 영화마다 반항적인 문제아 고교생 역할은 김민종의 몫이었다.
이후 본명 허석 대신 예명 김보성을 활용하면서 그의 이미지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허석이라는 이름으로 충무로 학원물 시리즈에 출연할 당시엔 조금은 소극적이고 평범한 주연 배우 역할을 주로 소화했다면 김보성으로 활동하면서 부터는 의리의 아이콘이 됐다.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 캡쳐
과거 반항적인 문제아 이미지의 김민종은 오늘날 <신사의 품격>에서처럼 반듯한 신사 이미지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극적이고 평범한 이미지의 허석은 의리의 아이콘 김보성이 돼 있다는 점이 묘한 눈길을 끈다.
김보성은 10년여 만에 충무로로 복귀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10년여만의 영화 출연일 뿐 충무로 복귀하고 보긴 힘들다. 김보성은 러시아, 미국, 한국 등의 합작해서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영웅:셀러멘더의 비밀>로 관객들을 만난다. 김보성이 주연급으로 출연했지만 대부분의 배우가 외국 배우이며 감독도 외국인으로 사실상 외국 영화다. 따라서 김보성이 출연한 외국 영화라고 보는 게 적합해 스크린 복귀일 뿐 충무로 복귀는 아니다.
김보성은 지난 13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10년여 만에 영화로 컴백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방송에선 김보성의 생활고가 화제가 됐다. 김보성은 “(아내가) 전기세 낼 돈이 없어 집에 불을 끄고 살더라. 당시 100평짜리 집에 살았는데 캄캄하니 귀신이 나올 거 같았다”며 “카드 돌려막기 아시죠? 한 달 치를 일단 카드로 다 사 놓고 그 다음에는 또 결제할 돈이 없으니 몇 달 뒤에 그 돈을 모아서 생활하고 그랬다”며 생활고로 힘겨웠던 나날을 고백했다.
사실 김보성은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동했을 뿐 영화나 드라마 출연은 거의 없었다. 충무로 최고의 유망주로 데뷔한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던 김보성이 10년 가까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며 연기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보성은 방송에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데 의리 때문 영화 투자자들 앞에서 한 번 상을 뒤엎었다. 그때부터 나를 찾지 않더라”라며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 출연이 중단됐던 이유를 밝혔다. 이런 그에게 오히려 영화 출연을 권유한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 영화사였던 것이고, 그렇게 출연한 영화가 바로 이번에 개봉하는 <영웅:셀러멘더의 비밀>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투자다. 제작사 입장에선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대본, 그리고 감독 등 제작진을 갖췄을 지라도 투자를 받아야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투자자들의 눈 밖에 난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거의 불가능하다. 동료 배우들의 평판, 감독 등 제작진의 평가, 연예계에서의 입지 등보다 투자자의 심기가 더 중요할 때가 많은 곳이 바로 연예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보성이 어렵게 외화를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지만 차기작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의 심기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단 하나, 대중의 관심이다. 생활고로 힘겨웠던 날들까지 토로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힌 김보성에게 대중의 관심이 모아진다면 그가 다시 좋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충무로 최고의 기대주였던 허석, 의리의 아이콘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김보성, 그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영화에 그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보성의 10년여만의 스크린 복귀작 <영웅:셀러멘더의 비밀>는 14일 개봉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