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가 드라마 <장옥정>의 주인공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SBS
김태희는 4월 8일 방송을 시작하는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주인공을 맡았다. 2007년 영화 <중천>으로 사극을 경험했지만 조선시대를 그린 본격적인 사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로 드라마의 제목 ‘장옥정’은 장희빈의 이름이다.
김태희는 “그동안 사극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거리를 뒀다.
여기에 연기 표현에 대한 부담도 한 몫을 했다. 무게감 있는 연기력이 필요한 사극은 방송 편수 역시 16부작 위주의 미니시리즈보다 훨씬 길다. 이런 이유로 김태희는 그동안 사극은 넘보지 않았다. 굳이 사극이 아니더라도 로맨틱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작품 제의가 많았던 것도 사극 선택을 멀리했던 이유였다.
그런 김태희가 <장옥정>을 택하면서 연예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극 중 이름을 드라마 제목으로 내세우고 이른바 ‘원톱 주연’을 맡아 관심을 더한다.
일단 캐스팅 자체만 놓고 보면 화제다. 하지만 김태희의 <장옥정> 도전에 대해 연예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드라마 연기보다는 TV 광고로 친숙한 톱스타가 온전히 자신의 연기력으로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극 주인공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사실 장희빈은 오랫동안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주인공으로 사랑받았던 인물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김태희는 역대 9번째로 장희빈 역을 맡은 여배우다. 1960년대 김지미를 시작으로 이미숙, 전인화, 김혜수 등 인기 배우들이 두루 장희빈을 거쳐 갔다. 그만큼 김태희에겐 비교 대상이 많다는 뜻이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 모습.
김태희의 <장옥정>은 정치적인 소용돌이를 만드는 요부가 아닌, 사랑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지닌 건강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라는 설정도 곁들였다. 여기에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야성미까지 더했다. 온갖 매력을 두루 덧입힌 이런 캐릭터를 여배우로서는 거절하기 쉽지 않다. 김태희는 “인간미와 진정성이 넘치는 인물”이라고 장옥정을 설명하며 “기존 악녀와 달리 신분과 시대적인 상황으로 많은 상처를 받지만 디자이너로 열정을 펼치는 인물”이라고 자신했다.
온갖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김태희가 선택한 건 ‘열공’이다. 김태희는 대학에서 익힌 의류학 전공을 드라마에서도 펼친다. 옷감을 만지고 바느질을 하는 장면에서 대학 시절 졸업 작품을 만들고 패션쇼를 치른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구열이 높기로도 유명한 그는 첫 촬영 전까지 유명 사극 대부분을 빠짐없이 섭렵했다. <여인천하>부터 <대장금> <동이>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에 이르기까지 매일 두 편씩을 챙겨보며 사극 분위기를 익혔다.
김태희는 내심 <장옥정>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연기 경력 10년의 여배우로서 가질 법한 당연한 욕심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했는데도 자신을 드러낼 대표작이 없다는 점에서도 김태희는 <장옥정>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함께 출연한 한승연(왼쪽)과 홍수현.
대중의 평가는 드라마가 시작한 이후에 나오겠지만 일단 제작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특히 SBS 드라마국에서는 김태희의 출세작인 <천국의 계단>을 예로 들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 쳤다. SBS의 한 드라마 PD는 “김태희는 <천국의 계단>에서 맡은 악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며 “<장옥정>에선 악한 인물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해가는 여인의 모습을 강조해 매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들어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2010년 출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부터 연기력 논란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배우로서도 재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드라마 <스타와 함께한 99일>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 공략에 나서는 등 연기 경험도 쌓았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김태희는 <장옥정>에서 애잔한 멜로 연기를 펼친다. 상대역은 배우 유아인이 맡았다. 실제로는 여섯 살 연상·연하 커플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왕과 그의 여인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김태희가 떠오르는 스타 유아인과 보여줄 러브스토리에는 팬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출발에 선 김태희를 향해 그의 진짜 연인인 가수 비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둘은 지난해 말 연인으로 발전한 톱스타 커플이다. 김태희는 “(비로부터)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데뷔 후 처음으로 남자친구의 응원 메시지까지 공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