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생인 고 김무생과 35년생 이순재. 둘 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배우다. 8살 연상인 이순재는 지난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했으며 고 김무생은 1963년 TBC 1기 성우로 데뷔했다. 이순재가 여전히 배우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음을 생각하면 고 김무생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 김무생과 이순재는 모두 70년대에 ‘허준’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다. 먼저 고 김무생이 1975년 방영된 MBC는 일일드라마 <집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궁궐 내 ‘내의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원조가 바로 <집념>의 ‘허준’ 고 김무생이었다. 그리고 1년 뒤 드라마 <집념>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된다. 시나리오는 드라마 <집념>의 대본을 집필한 고 이은성 작가가 맡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허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이순재다.
사진출처 : MBC
이후 고 이은성 작가는 소설 <동의보감>을 집필했는에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바로 2991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동의보감>과 1999년 MBC에서 방영돼 국민 드라마의 계보에 이름을 올린 <허준>이다. 199년작 <허준>의 대본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가 이번 <구암 허준>의 대본까지 집필하고 있다. 고 이은성 작가의 ‘허준’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순재는 이후 드라마 <동의보감>과 <허준>에서 연이어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할을 맡았다. 이미 영화에서 허준 역할을 소화한 그가 중견배우가 된 뒤 연이어 ‘유의태’ 역할을 맡아 두 명의 허준을 키워낸 것. 그 첫 번째 ‘허준’은 서인석이었으며 두 번째 ‘허준’은 전광렬이다.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유의태’는 백윤식이 맡았다. 그리고 다시 원조 허준 고 김무생의 추억이 이번 드라마에 투영된다. 바로 고 김무생의 아들 김주혁이 <구암 허준>에서 허준 역할을 맡은 것. 1975년 드라마 <집념>에 허준으로 출연할 당시 고 김무생의 모습은 아들 김주혁과 상당히 닮아 있다.
결국 <구암 허준> 뒤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고 김무생의 진한 흔적이 그의 아들을 통해 남아 있는 셈이다.
반면 이번 <구암 허준>은 이순재가 없는 드라마라는 특징이 강하다. 워낙 유의태 역할의 이순재가 강하게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신 이순재는 또 다른 내의원 내관을 키워냈다. 바로 ‘백광현’이다. 드라마 <마의>에서 또 다른 유의태인 ‘고주만’ 역할을 맡은 이순재는 사복시 마의 백광현을 조선 최고의 의관으로 만들어 냈다. 드라마 <마의>는 꾸준히 2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과거 <허준>만큼의 대성공은 아닐 지라도 요즘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MBC 입장에선 오랜 만에 성공적인 드라마였다는 평을 들을 만 한 성적이다.
이제 이순재가 키운 ‘광현’ 조승우의 <마의>는 종영을 앞두고 있고 고 김무생의 아들 ‘허준’ 김주혁의 <구암 허준>은 시작점에 섰다.
MBC 입장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배우 이순재와 고 김무생 카드가 연이은 대박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또한 <구암 허준>이 MBC의 기대대로 큰 성공을 거둘 경우 이런 당대 허준 출신 배우들을 둘러 싼 뒷얘기들 역시 새삼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