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행동에 앞서 사색과 분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 ||
월급쟁이로 시작해 국내 1위의 투자전문그룹을 일군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도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창조적 아이디어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창조적 아이디어”라고 얘기한다. 이외에도 성공 투자가와 독서량의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성공 투자가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사업가들도 평균 이상의 독서량을 자랑한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일 신문을 모두 읽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번 생각해 보라. 수십 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국내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다 읽으면,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지평은 엄청나게 넓어질 것이다. 아시아 최대 재벌인 청쿵(長江)그룹의 리카싱(李嘉誠) 회장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30분 이상 독서를 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던 리카싱 회장은 독서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 스스로 지식이 자신의 사업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많이 읽기만 하면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독서가 성공 투자의 필요·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이미 모두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성공투자의 충분조건을 될 수 없을지언정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이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천재와 영재, 그리고 운동·예술·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연구 결과는 꽤 흥미롭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성공의 원천은 자신을 한계상황에 몰아넣고 이로 인한 성과에 대해 자제력을 키우려는 의지다.”
실례로 에릭슨은 유명한 서베를린 음악아카데미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음악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수한 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24시간을 연습에 매달리지만 평범한 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9시간만 연습에 투자한다고 한다. 이런 실증적 연구 결과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뇌과학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1000억 개의 뉴런(Neuron·신경세포)을 갖고 태어난다. 인간이 갖고 있는 뉴런은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된다. 즉 10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신경세포가 모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것을 ‘시냅스’라고 하는데, 한 살이 될 때까지 대부분 형성되고 두 살 때까지도 뇌의 많은 영역에서 만들어진다. 세포 수는 태어날 때 결정되지만 시냅스는 변화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단어를 외우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하면 신경세포를 연결하고 있는 시냅스가 단단히 결합한다. 기억력이란 것도 생물학적으로 얘기하면 시냅스의 강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학습이나 도전적인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욱 정교한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티베트의 수도승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온 정신을 집중하며 1만 시간 이상 명상을 한 수도승들과 명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수도승의 뇌를 촬영해 봤더니 커다란 차이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명상을 한 수도승들은 긍정적 감정을 담당한 왼쪽 전전두엽(전두엽은 이마 뒤에 위치한 뇌의 한 부분으로 이마 뒤에 있어 ‘이마엽’이라고도 하는데 전전두엽은 전두엽의 앞부분을 일컫는다)이 활성화되었고 분노와 우울 등의 감정 영역인 오른쪽 전전두엽은 덜 활성화된 모습을 보였다.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뇌에 대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와 실제 성공 투자가들이나 사업가들에게 발견되는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다.
어찌 보면 이런 증거들은 이미 우리가 관습적인 지혜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돈을 벌기 위한 투자를 하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든 끊임없이 학습을 하고 경험 등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한다.
성공 투자자들의 독서량이 의미하는 또 다른 점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생각의 양과 실제 행동의 양의 상대성이다. 통상 실패하는 투자자들을 보면, 예를 들어 주식의 경우 매매 횟수가 많고 정작 종목을 분석하고 생각하는 시간은 적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 직원들이 추천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펀드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말에 선뜻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가들은 이와 반대로 행동을 한다. 그들이 많이 읽는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많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의 깊이와 양은 크고 그후에 따라오는 행동의 양은 매우 적다. 즉 행동은 적고 사색과 분석이 많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워런 버핏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나는 기업을 매수하는 이유에 대해 종이 한 장을 가득 채우기 전까지는 절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투자의 천재인 버핏처럼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하려고 하는 투자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알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현재 재테크나 투자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투자대상이나 투자처를 찾아서는 안 된다. 먼저 가야 할 곳은 서점이다. 그 곳에서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의 대가들이 가장 열심히 보는 것 중 하나인 신문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투자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가 뛰려고 하듯이 금세 당장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다. 대개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안타까운 실패, 즉 손실이다.
“주식시장은 하늘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시장은 그러나 하늘과 달리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자를 눈감아 주지는 않는다.” 버핏의 말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