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겸임)를 맡은 현오석 부총리는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현 부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과대를 거쳐 행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을 정도로 학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박사 학위자에게만 열린 모양새다. 초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청문회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김종훈 전 후보자의 경우 존스홉킨스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같은 대학교 대학원 기술경영학 석사를 거쳐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김종훈 후보자 사퇴 이후 미래부 장관을 맡게 된 최문기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 역시 박사학위 소지자다. 최 장관은 서울대 응용수학 학사를 마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 분야를 가져와 확대 개편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맡게 된 윤상직 장관도 박사학위 소지자다. 행시 25회 출신인 윤 장관은 서울대 무역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석사를 거쳐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 장관이 다른 장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직사회를 한 번도 떠나지 않아 지식경제부 1차관에서 바로 산업부 장관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 근무하다 박근혜 정부 초대 농림축산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동필 장관은 영남대 축산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석사를 거쳐 미국 미주리대학교 대학원 농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 장관은 이후 모교인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일해 왔다.
과거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을 이뤘던 15개 부처 장관들의 경우 박사 학위 소지자가 4명에 불과했다. 가장 파워가 셌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지주 회장)의 경우 뉴욕대학교 경제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원광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학위 소지자였다. 정종환 건설교통부 장관 역시 워싱턴주립대 경제학 석사가 최종 학력이었다.
경제부처 수장 중에서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유일한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그 외에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제1대학교 대학원 공학 박사), 이영희 노동부 장관(서울대 대학원 사회법 박사),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유타주립대 사회사업학 박사)이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보다 앞선 노무현 정부의 경우 초대 18개 부처 장관 중에서 박사 학위 소지자는 8명으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많았다. 하지만 역시 경제부처 장관 중 박사 학위자는 많지 않았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공공정책학 석사,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2006년 건국대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학위 소지자였다. 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강진농고 출신이었다. 경제부처 장관 중 박사 학위 소지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스탠퍼드대학교 전자공학 박사)과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뉴욕주립대 경영학 박사) 2명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에서는 경제부처가 아닌 부처의 장관들도 상당수가 박사 학위 소지자다. 이처럼 박사 학위 소지자 위주의 장관 구성, 특히 경제부처 장관이 모조리 박사 학위자들로 꾸려진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좌초 등 부동산 시장 침체,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 내수 부진 지속 등 가뜩이나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들을 대거 경제부처에 앉히는 것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부처 장관들은 실무 경험이 전혀 없거나 실무에서 오래 떠나있던 인물들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역대 정권에서 장관 구성을 보면 경제부처 쪽은 관료 출신이나 기업인 출신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실제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을 앉히고 대신에 교육이나 복지, 환경 등은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을 임명해 보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방식을 써왔다. 실물 경제 분야에는 오랜 관록을 갖춘 인물을 앉히고, 다른 분야는 보다 실험적인 사고를 갖춘 인물을 임명해 경제는 안정되게 이끌어가면서 경제 외 다른 분야에서 정권의 철학이 구현되도록 하는 전략인 셈”이라면서 “그런데 경제부처 장관들을 이렇게 관록이 없는 인물들 위주로 앉혀서 과연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전 사령관이 필요한 자리에 후방행정 책임자를 앉힌 것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