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호텔 파크 하얏트 부산(가운데). 건물들이 인접해 있는데다 외관이 모두 통유리로 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촌으로 유명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가 뜬금없이 ‘야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는 지난 2월 문을 연 파크 하얏트 부산. 오픈 한 달 만에 부산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인근의 주민들은 호텔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이 불만을 표하는 것은 호텔이 너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등 불편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파크 하얏트 부산은 마린시티 내에서도 경관이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주상복합 아파트 해운대아이파크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해운대아이파크는 3개의 주거동이 있으며 최고 72층의 초고층을 자랑한다. 또한 어디서든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통유리로 설계했다.
파크 하얏트 부산 역시 아이파크와 유사한 외관을 하고 있다.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돼있으며 지상 33층으로 아이파크에 비해 층수만 낮을 뿐이다. 문제는 호텔을 포함한 양쪽의 아파트 건물 모두가 통유리인데다 너무 인접해있다 보니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자가 지난 20일 파크 하얏트 부산을 방문해보니 일부 라인은 맞은편의 아파트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튼으로 가려지지 않은 몇몇 가구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장난감마저 보일 정도였다.
호텔에서 마주친 한 손님은 “우리가 묵은 방에서도 아파트가 보였다. 밤이 되니 고개만 약간 돌려도 아파트 내부가 보이더라. 유리창에 특수코팅이 돼있는 것도 아니고 그 쪽에서도 우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입주민은 호텔을 향한 창문에 ‘바로 눈앞에 섹스금지 오줌 싸는 것도 다 보인다’는 경고문까지 붙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해운대아이파크 관계자는 “특히 밤이 되면 야경을 보기 위해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 주민들이 원치 않는 장면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정 층에서는 객실 변기까지 보인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우리 집도 주방과 거실 창문을 통해 객실이 보인다. 야경이 멋지다보니 밤에도 블라인드를 걷어두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 샤워 직후 발가벗고 나오는 장면부터 심지어는 성관계를 맺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 장면을 몇 번 목격하다보니 아예 그쪽 창문은 없는 것처럼 닫아두고 산다”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창문 사수’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교하는 자녀를 마중 나온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어느 날 아이가 호텔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 뭐해?’라고 묻더라. 고개를 돌려봤는데 성인남녀 두 명이 진한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었다. 술을 마신 것인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듯했다. 깜짝 놀라 관리실에 항의를 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호텔 때문에 불편하다고 주장했으나 일부 사람들은 “우리 집에서는 호텔이 보이지 않아 신경 쓰지 않는다” “(아파트)격 떨어지게 누가 그런 신고를 했느냐” “일부 층에서 발생하는 일로 유난떠는 것 같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크 하얏트 부산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이를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드리기 위해 객실마다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체크인할 때 주의사항을 말씀 드린다”며 “주민들과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