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마켓은 올 초 짝퉁상품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번 공정위 적발로 그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G마켓 캡처. | ||
경기도 일산에 사는 윤 아무개 씨(35·회사원)는 지난해 5월경 G마켓에서 10만 원 상당의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구입했다. 윤 씨는 집으로 배달돼온 운동화를 받아드는 순간 ‘짝퉁’임을 바로 알아차렸다고 한다. 디자인이 정품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조잡했기 때문.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브랜드 매장에 찾아가 문의를 한 결과 역시나 짝퉁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윤 씨는 속았다는 사실이 억울했지만 오픈마켓 1위 업체인 G마켓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당연히 환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G마켓 측에 구입한 운동화가 짝퉁상품임을 신고하려 했다. 하지만 윤 씨는 G마켓으로부터 “판매가 중단된 상품이라 짝퉁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윤 씨는 자신이 구입한 운동화 판매자에게 직접 항의를 하기 위해 G마켓 홈페이지에서 구입 상품정보를 볼 수 있는 ‘나의 쇼핑 정보’ 란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기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해당 상품은 현재 판매가 종료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만 있을 뿐이었다. 윤 씨는 짝퉁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고 결국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윤 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G마켓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상표권자들이 G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상품들에 대해 상표권 침해신고를 하는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시키고 ‘판매가 종료된 상품’ 혹은 ‘상품하자로 인한 판매 중지’ 등과 같은 문구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공정위 서울사무소 유규형 사무관은 “상품구매자들이 자신이 구입한 상품이 짝퉁상품임을 알기 어렵게 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청약철회 또는 계약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G마켓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라는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는 전언이다. 유 사무관은 “G마켓은 직접적인 판매자가 아닌 중개인일 뿐이라 결론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현저했기 때문에 시정명령을 내렸다”라고 했다.
G마켓은 올해 초 “짝퉁상품 척결에 앞장서겠다”며 짝퉁상품 관리 프로그램인 ‘BPP’(Brand Protection Program)를 도입한 바 있다. 이것은 G마켓에 회원사로 가입한 상표권자가 G마켓에 등록된 물품을 위조 상품으로 신고하면 지체 없이 해당상품을 임시제한상품으로 등록하고 판매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BPP를 시행하기 전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G마켓이 짝퉁상품 판매를 눈감아준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그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백억 원어치를 이러한 방법으로 팔아오다가 뒤늦게 짝퉁상품 퇴치를 부르짖는 것은 소비자의 눈을 가리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짝퉁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내린 조치는 시정명령일 뿐이어서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서는 피해를 본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피해액이나 거래량을 봤을 때 적지 않은 인원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공정위는 G마켓이 일부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G마켓은 판매중개자로서 소비자에게 상품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알려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제품 등을 판매할 때 ‘G-Mall’이라고 표시하고 G마켓의 사업장 주소, 전화번호 등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G마켓의 이러한 행위는 판매중개자의 의무위반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한 G마켓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G마켓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구영배 G마켓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가 가짜 상품으로 판단하면 반품을 가능하게 해 최대한 고객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명품에만 판매자를 인증시켜 입점하게 할 수도 없어 문제 해결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