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롯데역사(위)와 서울 용산역에 자리한 현대아이파크몰. | ||
용산역 자리에 있는 현대아이파크몰은 민자역사 중 가장 큰 규모다. 2004년 완공될 당시만 해도 현대역사라는 명칭이었지만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하 3층 지상 10층인 현대아이파크몰은 역무시설을 비롯해 백화점 극장 할인점 전자상가 등이 입주해있는 국내 최대 역사이자 쇼핑몰이다. 전체 면적은 28만 500㎡(8만 5000평)에 달한다.
현대아이파크몰의 전체 면적 중 역무시설은 약 3만 6000㎡(1만 1000평)이다. 두 번째로 큰 역무시설을 가지고 있는 영등포역사(1만 6000㎡)보다 두 배 이상의 규모. 하지만 수익성을 따지면 현대아이파크몰은 덩치 값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이파크몰은 2005년 약 21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은 2006년 400억 원, 2007년 460억 원으로 불어났다. 따라서 현대아이파크몰 지분 24.55% 지분을 가지고 있는 코레일은 현대아이파크몰로부터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이처럼 손실 폭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철도노동조합(노조·위원장 황정우)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일부 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적자인 상태다. 따라서 민자역사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그렇다고 민자역사가 철도의 공공성을 중시해 온 것도 아니다. 결국 민자역사는 수익성과 공공성 모두를 놓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코레일과 민자역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 간 갈등은 주로 돈(배당)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코레일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부 민자역사에서 지분에 걸맞은 배당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었다. 또한 적자 운영 중인 민자역사에 대해서는 수익성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반면 민자역사를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코레일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영은 회사 몫’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 민자역사 관계자는 “우리는 토지사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배당금은 전적으로 회사 이사회 결정에 따르는 것인데 코레일이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코레일에서는 민자역사의 공공성과 관련된 부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즉, 코레일이 지금까지는 주로 수익성에 관한 것들을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주특기’라고도 할 수 있는 공공성 부문에 있어서 민자역사 측에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요즘 민자역사는 철도 이용객보다는 쇼핑객 위주로 운영되는 것 같다. 공공 기능을 상실한 철도는 아무리 많은 수익을 올려도 시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시민단체들에서도 민자역사의 공공성 상실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민자역사에서 전체 면적 중 역무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현재 열 개의 민자역사 중 한화역사(서울역)의 역무시설 비중이 16.8%로 가장 높고 민자역사 1호인 동인천역사는 점점 그 비중이 줄어들어 지금은 5.8%만이 역무에 이용되고 있다. 이 역무시설조차도 상업시설의 행사장 혹은 쇼핑판매대로 이용되는 사례가 잦아 실질적인 비중은 더 작다고 한다.
하지만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레일의 입장을 전달할 만한 공식적인 통로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 지금 각 민자역사에는 코레일 출신들이 근무하고 있긴 하지만 그 자리는 대부분 명예직이어서 민자역사 측에 목소리를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코레일과 민자역사 간 의견을 조율하는 ‘민자역사관리협의회’라는 기구가 있긴 하지만 이것마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한 인사는 “분위기상 민자역사에서 하자는 대로 코레일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민자역사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과 함께 민자역사 측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를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민자역사의 추가 설립 문제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민자역사와의 마찰이 계속되자 ‘더 이상 민자역사를 추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돌연 계획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 경영진에 대한 기업들의 로비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선 코레일은 노조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민자역사를 새로 추가해서는 안 된다. 민자역사도 이젠 철도전문가인 코레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