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 위원장이 지역발전정책추진전략보고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이렇게 ‘우군’이라고 믿었던 쪽에서까지 얻어맞게 된 상황을 청와대 내부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과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 21일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지방균형발전정책인 혁신도시와 행정복합도시를 이명박 정부가 상당 부분 계승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말로 사실상 논의 자체를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보수적 언론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의 변심(?)을 비판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인사도 날을 세웠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우리도 촛불집회를 해야겠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배은망덕이다” “이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심재철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최근에 이명박 정권의 주요 정책이 ‘뒤로 돌아’를 하고 있어 큰 걱정”이라며 “국토정책 역시 노무현 정권의 포퓰리즘에 짓눌리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 참모들의 속병도 심해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부문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못질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 정책을 입안하다 보면 대못질이 아니라 중못질, 소못질까지 아주 촘촘히도 박아 놨다”면서 “곳곳에 박힌 못을 빼는 작업으로 진이 다 빠질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행정복합도시는 노무현 정부 때 토지수용을 하고 이미 보상을 완료했기 때문에 뭐라도 들어서야 할 형편이다. 수도 이전에 반대했던 이 대통령이 ‘과거’를 뒤로 하고 이곳에 중앙부처는 물론, 첨단기업 연구소 대학교 등을 적극 유치하기로 나섰다. 당초 중앙부처만 달랑 이전해 ‘식당과 모텔’만 들어설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행정복합도시에 기업과 대학교가 들어서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 정부의 속은 쓰리겠지만 지역주민 입장에선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는 셈이다.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돈 되는 공기업 이전이 백지화될까 노심초사했다. 현 정부가 공기업 이전을 원점으로 돌린다면 지자체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셈이다. 결국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전제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포장만 살짝 바꿔 혁신도시를 계승했다.
이에 대해 보수적 언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방 민심을 잘 몰라서 몰아세우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어떤 정부도 과거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면서 수정해야 한다. 전 정부의 정책을 모두 백지화하고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그릴 수는 없다”면서 “최근 메이저 신문의 비판은 좀 정도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하고,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논의다운 논의는 없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부동산 세제 개정을 들고 나왔고 정부는 소극적으로 뒤늦게 편승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경제부문의 한 관계자는 “집에 박힌 대못을 잘못 뺄 경우 집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상 어떤 대못부터 뺄지는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제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으로 보여줄 계획”이라며 “공기업 선진화의 경우도 대대적으로 떠들어 공기업 노조의 반발을 살 것이 아니라 결과를 가지고 국민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23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경제정책 논란에 대해 “실용적인 정부인 만큼 말보다는 하나하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하면 연말쯤이면 지지율 30% 정도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자신감이 충족될 수 있을지 아직은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