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이 -40%포인트(%)를 넘긴 주식형 중국 펀드가 나왔다. 중국 펀드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1일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50% 아래로 추락한 펀드도 세 개나 된다. 중국 펀드는 아니지만 중국 증시 편입 비중이 60%를 넘고 있는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도 수익률이 -30%를 넘나들고 있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베이징올림픽 개막과 함께 ‘올림픽 랠리’가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져온 하락세는 올림픽과는 무관하게 멈추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올림픽 개막을 기점으로 오히려 하락세의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졌다. 투자자들이 올림픽 이후 연출될 ‘경기 경착륙’에 대한 공포감에 서둘러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증시가 급격하게 올라 단기고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광범위하게 퍼지는 분위기다. 지금은 매수시점이 아니라 일단 차익실현 또는 손절매 뒤 관망하자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국 8월 중순 기준, 상하이지수는 올 초 대비 53%나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도 21% 이상 폭락했다.
개별 주식을 살펴보면 반 토막은 둘째 치고 세 토막, 네 토막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는 종목이 부지기수다. 거래량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약세장이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올림픽 개최국은 대부분 올림픽 폐막 후 1년 뒤 한 번쯤 경기가 가라앉은 뒤 서서히 원위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올림픽 버블’이 꺼지기 때문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처럼 마치 올림픽 개막식을 기다렸다는 듯이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장을 연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왜 이렇게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걸까. 원인은 다양하다. 중국 내부의 문제와 외부의 문제가 동시에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 붐을 타고 지난 10여 년간 대륙 남동부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아파트 투기 붐이 최근 몇 년 동안 수그러들면서 일시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했다. 유가 상승에 더해 구리 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은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기업들은 경영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시작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꽁꽁 묶어두는 요인이 됐다. ‘AP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올해 성장률이 10%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에 투입된 사회간접자본 건설 부담이 결국은 올림픽 폐막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 외국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지 않아 핫머니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는 암울한 인식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반응을 살펴보자. 8월 초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 매스미디어’(CMM)는 주당 7달러로 상장됐지만 채 일주일도 안 돼 -1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상장 초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주가가 올라가는 주식시장의 관행에 비춰보면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절하됐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8월 들어 가계저축이 늘고 있다는 점도 결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으로 향했던 투자자들의 발길이 은행 등 전통적인 투자기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적으로도 ‘더블 딥’(경기침체 후 다시 침체) 논란까지 빚으며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해외시장 위축과 위안화 절상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 증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지, 어느 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다 바닥을 딛고 다시 반등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 보도에서 “올해 연말이 반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체이스의 중국 증시담당인 징 울리치 사장은 “중국 증시가 앞으로도 거시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량주들의 가격대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내려와 있고 하반기 경제를 성장 중심으로 이끌어가려는 중국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가 겹쳐지면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 또한 올림픽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감소된 무역규모가 연말로 가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연말까지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연말 반등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베이징 정부 당국자들도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촉진책을 섣불리 쓰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