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내외적 경제 악재가 잇따르자 사금융업자들도 서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명동 거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그러나 바닷물고기가 민물에서는 살 수 없는 법. 최근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대선 자금 수사 당시에 시장을 이탈했던 터줏대감들을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로 간섭을 하지도, 원하지도 않아 독립적으로 움직여온 이들이 손을 잡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합종연횡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사금융 시장의 최근 트렌드를 조명했다.
사금융업자들 몇몇이 손을 잡고 일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시도를 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환율 급등, 증시 약세, 부동산 경기침체, 고유가 등 악재를 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현재의 금융시장 여건이 어려우면서도 혼란스럽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량업체의 부도를 눈앞에서 보는 상황에서 주로 원로 전주들을 중심으로 투자결정이나 정보 취득, 자금 집행 등을 공동으로 하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적정한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는 논의 단계여서 규모나 운용방법 등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만일 이들이 뭉친다면 그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도 기업에 자금을 풀어주기가 어려운 상태지만 과감하게 역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면 성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주변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모펀드가 설립될지는 끝까지 두고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가 않다. 각자 이해관계가 달려 있고 자신들만의 개성이 강한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금융 시장에서 거대한 합종연횡 자체가 나오는 것이 획기적이고 이례적이라서 그 결과가 궁금해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부업법이 시행되고 관련 법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을 거듭하면서 생존을 위해서 서로 뭉친 사례다. 서울 인근 도시에서 50억 원가량을 운용하던 A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3년 전 대부업법이 강화되면서 대출해줄 중소기업도 줄어들고 법을 완벽하게 지켜서 하자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A 씨는 일대 결심을 하게 된다.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겨서 ‘금융부티크’ 형식으로 영업방법을 개편한 것.
이렇게 잘나가다 보니 A 씨는 또 다른 합종연횡을 시도한다. 자신과 유사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B 씨와 영업을 공유한다는 것. B 씨는 대부업에서 정하고 있는 법률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고 지금도 그런 방법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그런 B 씨와 공동 대출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도 일부는 B 씨와 같은 방법으로 대출을 하면서 B 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A 씨와 B 씨는 절친한 관계로 발전해서 남들이 보기에는 마치 친형제간 같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끝까지 정말 친형제 같을지는 모르겠다. 친형제 간에도 돈이나 유산 같은 문제로 소송을 하거나 가끔 칼부림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니 말이다.
사실 큰 규모의 전주들은 자금운용을 위해서, 소규모 전주들은 영업을 위해서 협력을 하기도, 헤어지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명동의 사금융 사무실에서는 분야별로 나뉘어 영업이 이루어진다. 같은 사무실이라도 채권, 어음, 담보대출(주식 부동산), 기타 일반적인 대출 등으로 나뉘어 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각 분야의 전주가 다르며 책임자도 각각이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간판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에게 다른 목적의 고객이 오더라도 그 사무실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연결이 되면 거기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시골에 가면 택시를 순서대로 배차해주는 공동배차 사무실이 있듯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생존전략으로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고객이 보기에는 매우 큰 사금융 사무실로 알기 쉽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형태가 어떻게 됐든 상관이 없지 않은가. 또 각자 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영업력을 높이는 데는 서로 합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서로 합치면 정보도 공유하게 되고 경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
한치호 ㈜중앙인터빌 상무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