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E 씨가 어느 날 D 기업의 주식을 샀다고 한다. E 씨는 어쩌다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다. E 씨가 주식을 샀다는 소문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평소에 철저한 원칙을 지키던 E 씨가 주식을 샀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무슨 일인가’ 하는 호기심은 물론이고 ‘대단한 정보가 있는 모양’이라는 추측을 했고 결국 가장 친한 이가 E 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E 씨는 평소 친한 D 사의 고위층으로부터 최근 실질적인 M&A 계획도 가지고 있고 대규모 자금 유치도 거의 성사 단계에 와 있다는 얘길 들었단다. 그래서 ‘한번 사봤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시 그럴싸하게 부풀려져 주변에 신속히 퍼져나갔다. 지인들은 E 씨가 주식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생각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 E 씨 모르게 큰 금액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D 사가 부도난 것이다.
부도 후 다들 E 씨에게 D 기업 주식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E 씨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나도 개인적으로 확신이 있어서 산 것이고 부도는 예측하지 못했다. 부도가 예상이 되는 회사의 주식을 내가 살 리가 있느냐. 그리고 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소액만 매수했다. 당신들은 상상치 못한 금액을 베팅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건 아니지 않느냐.” 큰 손해를 본 E 씨 지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E 씨는 정리매매를 하면서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 손해를 최소화했다고 전해진다.
한치호 ㈜중앙인터빌 상무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