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사랑방에 사람들이 모이면 단연 최고의 화제는 경제, 그중 핵심은 증시 전망일 터. 특히 추석 전후가 하반기 증시 전체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과연 추석 전후 시황은 어떻게 변할까.
추락하던 증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산그룹 등 인수·합병(M&A)주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국 증시도 좀처럼 금융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국내 기업 이익전망치도 하락하고 있다. 특히 9월에 있을 미국 금융업종 실적발표 내용과 국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부담도 9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증시 상황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9월 추석을 전후로 해서 위기를 가져온 악재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매수 여력이 부족한 데다 투자자 패닉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악재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뒤섞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9월 11일에 있는 국내 선물 옵션 만기일에는 항상 그래왔듯이 그다지 큰 충격을 없을 것”이라며 “옵션 만기일을 전후해서 항상 만기 연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또 9월 위기설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 보유채권의 향배 등도 그때쯤이면 가려질 것이기 때문에 추석 전후로 해서 장이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여러 시장 신호들이 추가 급락을 예고하고 있다. 매물부담이 가중, 기술적 반등 자체가 어려워졌고 1400p선에서도 스마트머니(smart money·단기차익을 노리며 빠르게 회전하는 자금)의 유입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9월 10일 전후에 집중된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 도래가 일종의 방아쇠가 돼서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한 것이 현실” 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시장이 위기설 자체에 휘둘려 과민 반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외국인 채권 만기 연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10일을 무사히 넘기게 되면 시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빠르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도 “글로벌 증시 약화와 신용위험이 상존해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의 자생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감은 인정하지만 정도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측은 “원·달러 환율 급등은 9월 둘째 주를 고비로 진정될 가능성이 높고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될 수 있다는 점도 9월 중 증시를 기대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잠재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요 지지선을 내주어 추가하락 우려가 높아졌다. 극도로 위축된 투자 심리를 추스르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반등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증시 여건이 악화되었지만 주식을 버릴 시점은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주가가치 평가) 매력이 높은 상황이고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추석을 전후해 증시 악재가 가실 것이라는 긍정론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추석 이후에도 추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비관론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난 5월 1888.88p까지 올랐을 때가 천정이었다. 그 이후 한 번 더 상승이 왔는데 이게 완결점이다. 시황 애널리스트들은 당시 그래프를 보고 이번 장은 다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면서 “그래프를 봐라. 두 번 상승을 이루고 한 번 내려왔다가 마지막에 한 번 더 찍었다. 이게 전형적인 완성된 그림이다. 올해 더 이상 반등은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예 대놓고 ‘상승장은 끝났다. 앞으로 1∼2년 정도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내놓지 못한다. 증권사가 어디 약세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승장 당시 사석에서 비관론을 제시했던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올해 들어 장이 세 번 바닥을 찍었다. 당시 기관이나 개인 모두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자금을 밀어 넣으면서 증시가 올라갔다”며 “그래서 이전에 네 번째 무너지면 힘들다고 한 것이다. 네 번째 바닥으로 내려앉으면 이를 받쳐줄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실탄이 다 떨어졌는데 무슨 수로 올릴 수가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500p선이 무너지면 1400p도 무너지고 1300p도 위험하다고 누누이 이야기해왔다. 기관이고 개인이고 실탄이 없다”고 강조했다.
‘슈퍼개미’라 불리는 거액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PB(프라이빗 뱅커)들도 비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 증권사 PB는 “소비위축과 투자 심리 악화 등으로 인해 증시가 추석 이후 곧바로 회복되기는 힘들다”며 “투자자들에게도 앞으로 1년 동안은 채권 등 확정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지역의 한 PB도 “환율이나 물가에 대한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요소들이 다 부정적이다. 증시 하단의 경계선을 탐색하고 있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하단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은 추석 이후가 아니라 내년 상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큰손 투자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도 하반기 장을 좋게 보지 않고 있으며 최소한 1년 이상 지나야 어느 정도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는 멈춘 상태며 단기예금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PB도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심리의 문제인데 현재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만큼 9월 중에 증시가 회복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에서 벗어나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넘쳐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채권 만기 연장 등이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 또 지금은 증시 전망 자체가 무색할 만큼 변동성이 심해서 이러한 변동성이 안정될 때까지 더욱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주식시장이 경제지표보다 선행하고 경기 침체가 1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가 돼서야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쉽게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속적인 하락장을 감안해 투자를 확대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