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사퇴로 금융권 ‘MB맨’들의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원병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4일 오전 11시 전국농협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산마비 사태가 재발한 것과 노조 활동을 탄압했다는 이유에서다. 민경신 위원장은 “최 회장의 비리와 관련해서는 꽤 구체적인 정황들도 확보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융권 주변에서는 최원병 회장의 거취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 회장이 곧 농협중앙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이후 ‘MB맨’으로 분류되던 공공기관장, 금융권 수장 등이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사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최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진 사퇴한 사람들과 달리 최 회장은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 회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적어도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 최악의 전산마비 사태 이후 대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은 안이한 대처와 “비상근직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등 무책임한 발언, 전산사고에 대해 사죄하는 자리에서 “조합장 모임에 가야겠다”며 자리를 뜨려 한 돌출행동 등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장들이 횡령이나 뇌물수수 등으로 전부 중도하차했다는 데서 ‘최 회장 사임설’은 힘을 받고 있다. 1대 한호선, 2대 원철희, 3대 정대근 회장까지 모두 민선 회장들이었으나 중도하차했다. 이들은 모두 연임한 후 비리가 터져 구속됐으며 그 시기가 대선과 총선에 맞물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전례로 미뤄볼 때 최 회장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 최 회장은 2011년 연임 과정에서 여러 구설에 오르기까지 했다.
2011년 전국농협노조가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최 회장 사퇴를 촉구한 기자회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와 관련해 최근 사정기관이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 내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관계회사를 통해 높은 원가를 매긴 후 나중에 일부를 돌려받는 ‘원가 부풀리기’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이 같은 소문의 강도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우리도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보를 입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선출직이기에 중도하차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역시 선출직이기에 꼬투리를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회장으로 선출되기 위해, 또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마련하다 보면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조직이 워낙 방대한 것도 위험률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최원병 회장의 임기는 2015년까지, 앞으로 2년 남았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인물이 등장하면서 최 회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이 전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비리 혐의로 하차하는 데는 ‘간선제’ 탓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그나마 전국 조합장들이 뽑는 게 아니라 조합장들을 대표하는 289명의 대의원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의원들만 잘 끌어들이면 중앙회 회장이 될 수 있다는 것.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를 ‘이중간선제’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민 조합원 직선제를 주장하는 쪽의 얘기다. 민경신 위원장은 “조합장 선거 때 회장 선거도 같이 하면 간단하다”며 “궁극적으로 중앙회장 직선제 관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강만수 다음 타자는 이팔성? 금융위원장 “알아서 판단하실 것” 이팔성 회장 강 전 회장 이후 가장 먼저 구체적으로 언급된 인물은 이팔성 회장이다. 지난 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 회장의 거취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이 회장의 퇴진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금융위원장의 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금융 CEO(최고경영자)들에 대해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필요하다면 교체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혀왔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강 전 회장 다음 사퇴자가 어윤대 회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KB금융지주가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으로 말썽을 빚은 데다 ING생명을 인수하는 데 실패했고, KB금융지주 내 어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이 지난 3월 보직해임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팔성 회장의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던 터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청와대 기류가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이팔성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