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젊은이가 불과 2년 만에 좀도둑으로 전락했다는 기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그는 돈의 가치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감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1000원 투자해서 산 로또가 19억 원이 되었으니 얼마나 신이 났을까.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이 아닌 불로소득으로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 생겼으니 술과 여자와 도박에 탕진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19억 원이라는 거액이 한 달 월급 190만 원보다도 가치가 적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돈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분산과 몰빵’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우선 ‘분산’부터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한 달에 80만 원을 저축하는 경우 3년 만기 적금 한 가지 상품에 가입, 7%의 이율을 적용하면 비과세 기준으로 만기에 약 3190만 원을 모으게 된다. 그러나 이 금액을 분산시켜서 만기를 6개월 단위로 20만 원씩 네 개의 계좌로 나누고 만기에는 정기예금으로 전환, 만기를 일치시키면 약 3210만 원이 된다. 20만 원 정도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뭐 그 정도 가지고’라며 쉽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위의 경우 비과세로 계산한 것이기에 일반과세나 세금우대로 할 경우 그 차이가 더 심해진다. 특히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단위농협 등은 서민 금융기관으로 분류돼 2000만 원까지는 이자소득세가 없다. 주민세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만 납부하면 된다. 이자소득세 원천징수가 14%니 남들보다도 이자를 14% 더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당연히 금융기관은 분산을 싫어한다. 창구에서는 단순하게 하나로 하라고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편하다면서. 사실 통장 하나 개설하는 데 원가가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기에 이해도 되지만 은행을 위해 내가 희생할 이유는 없다. 한 군데 금융기관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본인의 사정이나 형편에 따라서 적절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 20년을 거래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이자 한 달만 연체해 보시라. 아마도 전화가 불나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거래에도 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상품을 선택할 경우 금융기관에서는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경우 납입액의 90% 내에서 대출을 받아서 활용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출엔 반드시 이자가 있다. 부자들이 이자의 무서움을 빗대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이자는 늘어가고 있다.’ 이자를 그만큼 무서워하라는 말이다.
반면 분산을 시키면 우선 급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가장 가까운 금액의 적금을 해지해서 쓰고 다음 달부터 다시 가입해서 납부하면 된다. 그러면 다른 적금은 손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약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3년 만기 정기적금을 조기에 해약하면 해약기간에 따라서 부리(이자가 붙는 것)해주는 금리가 다르다. 조기해약하면 아주 적은 금리가 부리된다. 그러니 다른 적금들은 정상적인 금리를 받을 수가 있다. 이후 만기되는 것을 정기예금으로 전환하니 적지만 이자에 이자가 부리되는 복리효과가 있다.
분산의 효과는 또 있다. 여러 금융기관을 자주 방문하게 되니 좋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도 남들보다 많이 얻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저축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가수 태진아 씨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통장을 보여주면서 은행에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았다. 자주 가다 보니 좋은 정보를 많이 접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태진아 씨처럼 관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금융기관에 자주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부자의 길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셈이다.
금융기관에 자주 가면 심리적인 만족감도 따라온다. 통장이 늘어나고 저축액이 불어나면서 피부로 느끼는 그 만족감은 어느 것에도 비유할 수가 없다.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금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월급날에도 급여는 통장으로 자동이체가 되고 내역도 사내 인트라넷망으로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서 노동에 대한 대가인 급여를 받는 즐거움이 별로 없다. 솔직히 회사에서 급여를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별로 못 느낀다. 그냥 통장으로만 왔다 갔다 하고 인터넷으로 확인만 해 실질적으로 피부에 닿는 느낌이 적다는 것이다.
40대가 넘은 선배들께 물어보시라. 그래도 과거에는 월급날엔 집에서 아내가 맛있는 음식 해 놓는다고 일찍 오라고 하고 돼지고기라도 볶아 놓고 가족을 위해서 고생했다고 남편을 격려해주었다. 그러면 가장은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각오라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지난달과 입금액이 차이가 나니 명세서 자세히 뽑아가지고 오라 하기 다반사다. 자동화도 좋고 첨단화도, 편리함도 좋지만 제대로 된 돈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가 잊히는 것 같아 아쉽다.
분산하지 않고 한 곳으로 집중하는 것도 장점이 있다. 한 곳에 집중을 하다 보면 여간한 일이 닥쳐도 적금을 해지한다느니 하는 생각을 쉽게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월 불입금에 대해서는 웬만해서는 손대지 않는 버릇이 생긴다.
그러니 이 방법이 옳다, 저 방법이 옳다고 하기가 어렵다. 장단점을 본인이 생각해 보고 거기에 알맞게 자신이 선택하는 방법이 옳은 방법이다. 그러나 필자는 가급적이면 분산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만사는 불여튼튼이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최고다.
한치호 재테크 전문 자유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