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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 ||
그러나 이 같은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권노갑 전 최고위원 등 동교동 구파를 중심으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 사이에 직간접적으로 논의돼 왔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는 이 같은 민주당의 신당 창당 논의에 철저하게 배제된 반면, 정몽준 의원, 이한동 전 총리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경우 민주당 신당 추진 인사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신당 참여 문제를 타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당 창당의 방향은 표면적으로 민주당 결속을 바탕으로 한 외연확대에 두고 있다. 민주당 결속은 무엇보다 신·구파로 갈라져 있는 동교동계의 재결집 여부가 관건. 이와 관련, 최근 동교동계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월 전당대회를 통해 노무현-한화갑 체제가 등장한 이후, 극단적인 대립 관계에 놓여 있던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총무간 관계가 상당부분 복원됐다는 점이다.중도개혁포럼을 이끌고 있는 정균환 총무는 노-한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비토그룹 인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총무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돼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두 사람 모두 신당 창당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동교동계의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한화갑 대표간 서열 정리가 끝난 것도 한 이유”라며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는 권노갑 전 위원이 동교동계의 좌장 자리를 실질적으로 한화갑 대표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계파 후원자로 물러나 앉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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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1일 검찰에 출두하는 권노갑씨. | ||
실제 한화갑 대표는 지난 7월24일 정균환 총무의 주선으로 권노갑 전 위원을 면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권 전 위원으로부터 ‘백지신당’을 제안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한 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과거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가 10%대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사퇴하더냐. 노무현 후보가 무슨 이유로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사퇴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 만일 노 후보를 사퇴하라고 하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기친 격이 된다. 그런 일은 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권노갑 전 위원 등 동교동 구파가 한화갑 대표 등 동교동 신파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며 ‘백지신당’을 요구하는 동시에, 동교동 구파 진영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대체할 외부인사 영입에도 적극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평, 조재환 의원은 물론, 윤철상, 최재승 의원 등도 정몽준 의원과 몇 차례 골프회동 등을 통해 꾸준히 접촉하며 영입 교섭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건 전 서울시장은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가 설득해왔고, 이한동 전 총리는 안동선, 이윤수 의원 등이 권노갑 전 위원을 대리해 접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동교동 구파의 복심(腹心)은 월드컵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정몽준 의원에게 쏠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교동 구파 인사들과 두루 접촉한 정몽준 의원은 한 대표가 권 전 위원을 면회했던 같은 날 이훈평 의원의 주선으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직접 면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권 전 위원과의 면회를 통해 신당 창당 및 후보 교체 등에 대한 진의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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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 ||
노무현 후보 교체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던 동교동 구파에서 정몽준 의원 영입을 통한 후보 교체를 구상했고, 이를 위해 권 전 위원이 한화갑 대표에게 ‘백지신당 창당’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동교동 구파의 당초 구상은 권노갑 전 위원이 7월25일 선고 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더 이상 현실화되지 못했다. 다만 권 전 위원과의 면회에서 ‘백지신당’을 제안 받은 한화갑 대표가 지난 7월30일 ‘백지신당’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민주당의 신당 창당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 대표의 ‘백지신당’ 발언은 권 전 위원 등 동교동 구파에서 구상한 ‘백지신당’과는 표면상 조금 다른 의미를 띄고 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백지신당’과 관련,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고, 결국 외연확대를 통한 환골탈태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에서 외부 유력 인사들을 신당에 참여시키기 위한 ‘당근’으로 백지신당을 언급했던 것”이라며 부연했다.
실제 한 대표는 ‘백지신당’ 언급 직후 노무현 후보와의 회동을 통해 ‘신당을 창당하기 직전까지 노 후보는 후보직을 유지해야 한다’며 ‘백지신당’에서 한걸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측은 노 후보측에 “신당의 후보를 다시 선출하더라도 결국 노 후보밖에 더 있느냐”고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동교동계의 ‘노무현 후보 교체’ 시도가 종료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민주당이 신당 창당을 의결하고, 구체적인 창당 절차를 밟아감에 따라, 노무현 후보의 사퇴시한이 점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백지신당’을 매개로 한 차례 ‘후보 교체’를 시도했던 동교동계가 새롭게 구성될 신당에서 후보 재선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조직력을 바탕으로 ‘제2차 노무현 주저앉히기’ 시도를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신당 창당 이후에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서게되면 노 후보 교체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본격적으로 ‘노풍’이 일기 시작됐던 ‘광주의 기적’은 정권재창출을 갈망하는 광주 시민과 민주당 대의원들의 염원이 집약됐던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노무현 개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권재창출’에 있다”며 “새로 구성될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노 후보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선택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