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곳이 기획재정부다.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기획원에 뿌리를 둔 기획예산처와 재무부에 기원을 둔 재정경제부가 통합되면서 생겨난 부처.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부’라는 약칭으로 불리던 기획재정부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직접 나서 ‘기재부’라는 약칭을 사용해달라고 나섰다. 이를 놓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만수, 윤증현 전 장관 등 모피아(재무부 출신)가 힘을 발휘했던 까닭에 재정부를 선호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기획원 출신이 주도권을 잡자 기재부가 ‘간택’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 문화관광부와 국정홍보처가 합쳐져 탄생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대부분 ‘문광부’로 불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체부’로 약칭이 바뀌면서 체육이 강조됐다. 이는 아시안게임 사격 3연속 금메달에 빛나는 박종길 2차관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1978, 1982, 1986년 3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사격연맹 부회장,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부위원장, 태릉선수촌장,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단 총감독을 역임한 전형적인 체육인으로 이번 약칭 결정시 문체부를 강하게 밀었다는 후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식경제부 이전의 이름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그 당시 쓰던 약칭인 ‘산자부’를 버리고 ‘산업부’를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놓고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로 부처 명을 바꿀 당시 “사농공상이라는 서열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받았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큰 뿌리는 산업과 통상이다. 15년 전 외교부에 통상업무를 빼앗긴 뒤 절치부심해 결국 되찾아온 것도 이러한 역사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통상은 빼앗기고, 산업은 드러나지 않는 지식경제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처의 정체성이 없어졌다는 자조가 적지 않았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