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위기 우려는 사라졌지만 청와대 경제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사진은 박병원 경제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 ||
현 상황을 감안해 봤을 때 청와대 경제팀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급한 불을 껐지만 경제 위기는 정작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더불어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청와대 경제팀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로 인해 잠잠해졌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언제든 다시 대두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강 장관과 청와대 경제팀이 공동운명체가 되면서 강 장관 경질시 청와대 경제팀도 그 여파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시중의 걱정은 덜었다. 더불어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해 외환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적으로 전이될 경우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비록 4분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실물경제가 나빠지면 내년부터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이 경우 지금과 반대로 외환시장에 또다시 악영향을 주게 되면서 제2차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0월 27일 시정연설에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선진국에서 촉발된 지금의 금융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일단 청와대 경제팀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즉, 세계 경제가 위축될 1∼2년 동안 건설 산업을 살리고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당겨서 하는 등 내수시장을 키워 일자리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위축되는데 내수시장을 살려 그것을 막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함께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청와대 경제팀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민·관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데도 청와대 경제팀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뒤에서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 은행권에 대한 불만만 털어놓았지, 제대로 지도·편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 관치 금융시대로 역행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 청와대 경제팀이 너무 물러 빠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건재한데도 경제수석실 내부에서 박 수석과 막판까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차기’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할 재정립에 앞서 조직 개편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기 청와대 참모진이 출범하면서 재정경제비서관과 금융비서관을 합쳐 한 자리로 줄이면서 경제금융비서관을 만들었지만 이를 다시 ‘원위치’시켜 금융비서관을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강만수 장관과 함께 청와대 경제팀이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한 배를 타게 됐다는 것도 고민이다. 강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강 장관은 10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공적·사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픈 때”라며 “장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다”고 털어놨다. 강 장관은 특히 “사랑의 채찍은 사람을 분발하게 만들지만 미움의 매는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하게 만든다고 배웠다”며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사랑을 갖고 대승적으로 생각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를 놓고 세간에선 강 장관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마음을 비웠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강 장관을 옹호하고 있는 논리로 ‘강을 건널 때는 말을 바꿔 타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강을 건넌 후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면 말을 바꿔 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언론에선 여권이 연말연초 개각에 대비해 현직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각계각층의 후보자 군에 대해 광범위한 인사검증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강 장관이 용퇴할 경우 청와대 경제팀도 대폭 물갈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장관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져가는 것을 청와대 경제팀이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경제팀이 이 같은 삼중고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시나리오는 확 달라질 수 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