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자의 주요공약은 대체에너지산업 육성과 첨단산업 개발, 건강보험 개혁,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이다. 특히 대체에너지산업 육성은 오바마 당선자가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00만 개 창출을 약속하고 있는 중심공약이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일부 대체에너지주들은 대선 전 오바마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부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체에너지주들 중 오바마 당선의 가장 수혜를 많이 볼 종목으로는 태양광 관련 종목인 동양제철화학과 소디프신소재,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꼽히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태양광발전산업에서 이미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굳히고 있고 소디프신소재와 주성엔지니어링도 태양광발전산업 추진에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혜택이 예상된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풍력 관련주들도 오바마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풍력은 2008년 미국 시장에 새로 문을 연 풍력터빈 관련 공장 36개에 고용인원이 7300명에 달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이어서 현재 경기부양이 절실한 오바마 당선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풍력 관련주 중에서는 세계 풍력단조품 1위인 태웅과 풍력부문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용현비엠이 증권사들이 꼽은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유가가 가라앉으면서 잊혀져갔던 하이브리드카 관련 종목도 오바마 당선으로 다시금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카 종목들은 유가가 140달러로 고공비행을 할 때 시장의 시선을 끌었지만 최근 유가가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의 부각으로 다시금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 당시 ‘100만 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보급’과 ‘환경친화적 신차 구입시 7000달러 세금환급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 관련주 가운데 2차전지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물론 삼화콘덴서, 삼화전기, 삼화전자 등에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80% 감축을 공약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 지정을 거부했던 미국의 기존 정책을 비판하며 기후 변화 주도국으로의 책임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탄소배출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관련주인 한솔홈데코와 후성 등은 이러한 공약을 내세운 오바마 당선과 함께 새롭게 오바마 테마주로 떠오른 상태다.
때문에 닉슨 정부 때부터 의료보험개혁을 주장해왔지만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 의료보험제도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또한 약값 하락을 위해 제네릭(복제) 의약품에도 지원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정책방침에 맞춰 바이오 분야에서는 LG생명과학과 셀트리온 세원셀론텍이, 제네릭업체 분야에서는 유한양행과 동아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이 오바마 테마주로 꼽힌다.
부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숨죽여왔던 남북 경협주들에게도 볕이 들 전망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그동안 북한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 대북 유화정책을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맥이 끊긴 남북관계의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로 북한 진출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화전기와 제룡산업, 선도전기, 광명전기 등을 오바마 당선의 혜택이 주어질 종목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오바마 당선자 덕에 뜨는 종목이 있다면 반대의 경우도 있게 마련. 오바마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부정적인 데다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수출주의 피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다.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의 근거로 한미 자동차 무역 역조 현상을 수차례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오바마 당선 확정 뒤 곧바로 그룹 내 자동차산업연구소와 미국 판매법인(HMA)을 통해 오바마 당선자의 자동차 관련 정책에 대한 각종 정보 수집에 들어가는 등 비상상태다. IT업종 역시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고 미국 기업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어 일차적인 피해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 무역과 미국 내 제조업 및 노동자 보호 등을 강조하는 오바마 당선자가 추후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가할 경우 국내 중국 수출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물론 오바마 테마주 자체에 대한 염려도 존재한다. 오바마 테마주들이 어느 정도 상승세는 타겠지만 지속적인 추진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테마주들 중 상당수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금융위기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구제금융에만 700억 달러를 쏟아 붓기로 하는 등 재정적자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기업 유동성도 위축되고 인력 구조조정도 한창일 정도로 경제위기가 미국 전체 사회를 덮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이들 업종에 대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오바마 당선 확정 다음날의 주가 하락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도 가미 돼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테마주라는 것 자체가 테마를 내세운 사람이나 정책이 잘나갈 것이라는 기대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거품과도 같다. 이 거품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계속 바람이 불어줘야 하는데 이명박 테마주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번 흔들리면 거품은 순식간에 빠져나간다”며 “미국의 경제위기가 워낙 큰 데다 친환경정책과 의료개혁 등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만큼 오바마 테마주 자체가 힘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은 상존한다. 투자를 할 때 이러한 점을 잊지 말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