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터진 GS홈쇼핑-CJ오쇼핑 간 충돌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11년께. CJ오쇼핑이 지난 1997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해 온 GS홈쇼핑의 1위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양사 간 갈등이 커져 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2위 CJ오쇼핑은 2011년 취급액(거래한 상품가격의 총액) 2조 5056억 원을 기록, 2조 5429억 원의 취급액을 기록한 GS홈쇼핑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업계 관계자는 “1위를 지키려는 입장과 1위를 빼앗으려는 입장의 두 회사가 상대 회사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둘 사이의 갈등이 처음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CJ오쇼핑 측이 GS홈쇼핑 측에 침구류와 관련한 ‘경고장’을 보내면서부터다. CJ오쇼핑의 침구류 PB(자체브랜드)제품인 ‘복(福)’ 디자이너 A 씨와 CJ오쇼핑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인 박술녀 씨의 디자인에 맞춰 침구를 제조하는 ‘라이브론’과 이 업체가 입점해 있는 GS홈쇼핑이 자신들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GS홈쇼핑과 박 씨는 한 달 뒤인 같은 해 11월 특허심판원에 문제의 침구가 A 씨가 등록한 디자인 범위에 있는지 공식 확인을 위해 ‘디자인등록 권리범위 확인’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4개월여의 심의 끝에 지난 3월 “두 디자인의 전체적인 형상과 모양이 유사하지 않다”며 GS홈쇼핑 측 손을 들어줬다.
특허심판원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또 한판 붙었다. CJ오쇼핑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업계 1위 논쟁이 점화된 것이다. CJ오쇼핑은 지난 2월 초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조 773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반면 GS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95억 원이었다. CJ오쇼핑이 회계 매출에서 GS홈쇼핑을 앞섰다. GS홈쇼핑은 지난 1997년부터 매출액과 취급액 모두에서 업계 1위 자리를 굳게 지켜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GS홈쇼핑 측은 취급액 기준으로는 자사가 3조 210억 원, CJ오쇼핑이 2조 8539억 원으로, 여전히 자신들이 업계 1위라고 반박했다. 업계 1위 타이틀은 하나지만, 1위라는 업체는 두 곳이 나왔다. 통상적인 업계 순위 산정 기준인 취급액으로 치면 GS홈쇼핑 측 주장이 더 일리가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무승부’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 업체 간 3라운드는 2월 말에 벌어졌다. CJ오쇼핑이 지난 2월 25일 ‘고유한 소셜커머스 영업 방식을 따라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GS홈쇼핑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
당시 CJ오쇼핑이 문제로 지적했던 것은 GS홈쇼핑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쇼킹10’이란 프로그램이었다. CJ오쇼핑은 2011년 2월부터, 매일 오전 10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인 ‘오클락(O’CLOCK)’이라는 이름의 소셜커머스를 운영해 왔다. 이 ‘오클락’을 ‘쇼킹10’이 베꼈다는 주장이다. 3라운드는 GS홈쇼핑의 ‘기권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CJ오쇼핑이 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GS홈쇼핑의 최초 답변서 제출시한인 15일이 되기도 전인 지난 1일 소송을 자진 취하했기 때문이다.
GS홈쇼핑 측은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CJ오쇼핑 측에서 관심 끌기와 내부 결속이라는 두 가지 목적에서 벌인 일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CJ오쇼핑 측은 “비단 최근 일뿐 아니고 몇 년 전부터 GS홈쇼핑 측이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베끼기를 일삼고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송 등을 제기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갈등들로 양쪽 모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