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김형진 전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회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했다. 사진은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지난 11월 1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한 상장회사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체포하고 김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세종캐피탈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인 21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후원자 3인방의 한명으로 알려져 온 정화삼 씨를 전격 체포해 조사한 후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이번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과 정 씨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의 가까운 친인척 인사 한 명을 세종증권 매각 과정 비리 연루 혐의로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확인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이 김형진 전 회장을 체포한 것은 최근 ‘세종캐피탈이 H 사의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세종캐피탈은 김 전 회장 및 그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김 전 회장 개인 회사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세종캐피탈의 회계장부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전 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친분이 있는 또 다른 대부업체들도 압수수색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물품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종캐피탈이 지분 47.62%로 최대주주였던 세종증권은 지난 2005년 9~10월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약 80억 원을 들여 H 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세종증권은 H 사 지분 14.9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세종캐피탈 측이 의도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장내 매수할 경우 주가가 급등한다는 점을 노려 세종캐피탈이 세종증권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H 사 주가는 세종증권이 지분을 사들인 이후 세 배 이상 올라 증권거래소로부터 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기도 했다.
▲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 | ||
여기까지만 보면 증권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가조작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파문은 지금까지의 어떤 사건 보다 커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검찰은 우선 23일 구속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정화삼 씨가 세종증권의 원활한 매각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H 사 주가조작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 중 일부를 받은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검찰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도 회사자금 50억 원을 빼돌려 현재 구속 중인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이들로 문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두 정 씨가 받은 돈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친인척 중 한명인 A 씨에게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은밀히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부도위기에 몰렸던 동아증권을 27억 3000만 원에 인수해 세종증권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6년 1월 세종증권 보유 지분 47%를 1039억 원에 농협에 팔았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김 전 회장이 H 사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다. 세종증권은 당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소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매각작업이 1년을 넘기는 등 질질 끌고 있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세종증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현재 김 전 회장이 보유했던 자금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라는 전언이다. 또한 뇌물수수로 정대근 전 농협 회장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A 씨에 대한 수사가 일으킬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박연차 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챙겼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그동안 박 회장은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지인 명의로 주식을 산 후 주가가 오르자 되팔아 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세종증권 주가는 농협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2006년 1월 한때 2만 원까지 치솟았다. 2005년 1월 20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열 배가 올라간 것이다. 현재 검찰은 박 회장이 차명 거래를 통해 10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을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소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갑근)는 박 회장이 2006년 6월에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헐값으로 인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검 중수부는 이와는 별도로 박 회장이 세종증권 지분 매각을 통해 거둔 차익이 휴켐스의 인수자금으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