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35주기 추모식이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의 주체로서 추모사를 낭독한 것은 고인의 차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었다. 고 최종건 회장 장남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이 지난 2000년 사망한 이후 최신원 회장은 SK가 맏형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서만큼은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숙부인 고 최종현 SK 2대 회장의 아들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분가할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그런데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이미 SK그룹으로부터 독립에 필요한 지분 확보를 마친 반면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율은 3%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태원 회장의 SK㈜가 SKC 지분 42.50%를 보유하고 있어 분가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신원 회장은 선친 추모행사를 앞두고 11월 들어서만 SKC 주식 2만 주를 사들였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매집한 SKC 주식도 3만 3000주에 이른다. 최근 두 달간 5만 3000주를 사들이는데 7억 원 이상의 돈을 들였다. 최근엔 SKC 계열인 SK텔레시스 지분 8만 8550주(지분율 1.10%)를 취득했다. 지분율이 턱없이 낮음에도 일부 재계 인사들은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동안의 재벌가 관행에서 보듯 최신원 회장이 비상장 회사 SK텔레시스 지분율을 계속 늘린 뒤 상장시켜 그 차익을 SKC 지분 추가매집용 실탄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까닭에서다.
하락장세가 최태원 회장의 지주회사제 완성으로 가는 길을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반면 최신원 회장의 분가 수순엔 ‘지름길’ 역할을 해줄지 관심이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