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그룹 회장 | ||
LG파워콤은 지난 1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액면가 5000원에 1340만 주를 공모했고 이 가운데 268만 주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됐다. LG파워콤 측은 “2003년 한국전력에서 인수할 때부터 상장은 계획된 것이었다. 2005년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올해 상장을 실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LG파워콤의 상장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한 탓에 상장을 예고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LG파워콤은 예정된 날짜를 앞당길 정도로 상장을 서두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LG파워콤이 밝힌 상장 예정일은 12월 5일이었지만 11월 27일로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LG파워콤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서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LG파워콤 지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파워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LG데이콤이 45.43%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그 뒤를 43.13%의 한전이 잇고 있다. 그동안 한전은 LG파워콤이 상장할 경우 그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현재 LG파워콤의 주당 가치는 1만 2000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상장에서 결정된 LG파워콤의 공모가는 액면가 그대로 5000원. 주식시장이 하락세일수록 LG파워콤은 싼 값에 한전 보유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주식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조 1096억 원에 순이익 255억 원을 올린 LG파워콤의 주당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쌍수 한전 사장이 한때 ‘LG맨’이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도 엇갈린 시선이 있다. 사실 한전으로서는 보유하고 있는 LG파워콤 지분을 싸게 팔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비싼 가격에 LG파워콤 지분을 파는 것이 한전에게는 이익이 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김 사장과 LG의 인연을 거론하며 한전이 지분 매각을 서두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지난 9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가 SK브로드밴드라는 새 사명과 CI선포식을 리틀엔젤스회관에서 가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어찌됐건 LG파워콤 상장이 마무리되면서 LG데이콤과의 합병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LG데이콤 관계자는 “합병을 염두에 둔 상장은 아니었지만 합병 작업이 수월해진 것은 맞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합병을 위해 필요한 한전 지분 매입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LG데이콤 기간망과 LG파워콤 가입자망이 통합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게 통신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도 “비용절감 및 네트워크 공동 활용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LG데이콤의 목표 주가를 상향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대로 LG텔레콤과의 합병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합병에 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통신시장이 급변하면서 하나로 가야 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추세”라고 말했다. LG 3콤의 통합을 통해 LG그룹은 KT-KTF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에 밀려 ‘만년 3위’에 그치고 있는 통신시장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인터넷 TV, 인터넷 전화, 초고속 인터넷 부문 등에서 통신업체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도 LG그룹은 통신사 간 합병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KT-KTF와 SK-SK브로드밴드의 합병 추진 소식도 LG그룹의 마음을 바쁘게 할 듯하다.
지금까지는 합병에 있어서만큼은 LG 3콤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남중수-조영주 두 사장의 구속으로 새로운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합병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KT-KTF나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독점 논란에 휩싸이며 황금주파수인 800㎒를 양보했던 SK텔레콤에 비해서는 한결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다. LG그룹 안팎에서는 이러한 LG 3콤의 합병 작업을 구본무 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LG 3콤은 그룹 내에서 비교적 구 회장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업계에서 3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LG 3콤이 ‘1등주의’를 부르짖는 구 회장의 기치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또한 무리한 가입자 유치 등 그동안 LG 3콤에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것도 ‘미운오리’로 전락한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LG 3콤은 그룹 계열사 중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전화부문 1위에 올라선 LG데이콤은 경쟁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LG파워콤 역시 지난 3분기까지 380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렸다. LG텔레콤도 이동통신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SK텔레콤이나 KTF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LG 3콤의 좋은 실적이 구 회장으로 하여금 통신 계열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월 초 LG텔레콤의 신사옥 준공식에는 계열사 관련 행사에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구 회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