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 띄우려 사위 투입?
올해 36세의 문 부사장의 고속승진 배경은 일단 총수 일가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정기인사철부터 승진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업무 능력 또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여기에다 이명희 회장 외아들 정용진 부회장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명희 회장은 해외 트렌드 도입 등의 목적으로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런데 신세계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의 무게는 정 부회장이 아닌 구학서 부회장을 위시한 전문경영인들에게 실려 있다고 알려진다. 구 부회장 등이 경영을 이끌어가면서 정 부회장의 의견을 묻는 식이라는 것. 경영 참여 중인 다른 재벌가 2세들이 현장을 누비면서 최고경영자(CEO)급 행보를 펼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까닭에 이사진에서 정 부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총수 일가를 늘리려는 이 회장의 의도로 비치는 셈이다.
정 부회장과 전문경영인들 사이의 권력지형이 새해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구학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허 아무개 부사장이 최근 검찰조사를 받는 까닭에서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 비리 혐의를 조사해온 검찰은 지난 11월 10일 허 부사장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이 전 청장의 차명재산 관리에 허 부사장이 처남 명의를 빌려준 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허 부사장은 이 전 청장의 고향 후배로 30년간 서로 집안끼리 왕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 허 부사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서 귀가조치됐지만 다음날 이주성 전 청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신세계 측은 “검찰 조사 이후 (허 부사장은) 정상 근무 중이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틀 구학서’로 불리는 허 부사장의 검찰조사는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구 부회장을 비롯한 신세계 수뇌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허 부사장 검찰조사 파장이 전문경영인들의 입지 위축과 함께 정 부회장의 경영기반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황태자 수업’을 받는 정 부회장과 신세계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구 부회장, 그리고 고속승진으로 눈길을 끄는 문성욱 부사장 등이 신세계의 새해 권력지형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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