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부회장들이 건재하지만 2006년 그룹 총수급 역할을 맡아온 채형석 부회장 구속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채형석 부회장이 지난 2002년 애경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뒷방’으로 물러나 있던 장영신 회장이 임시방편으로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채 부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이 언제쯤 될지 불투명한 까닭에 경영구도의 변화를 조심스레 점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애경 측 바람대로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된다면 모를까, 비자금 조성과 용처에까지 확대될 경우 채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수개월 내 끝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수사를 받고나서 여론을 의식해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했던 전례도 허다하다.
채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질 경우 장영신 회장 차남인 채동석 유통·부동산부문 부회장에게로 시선이 쏠릴 수 있다. 채동석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지배의 근간이 되는 애경유지공업 지분 20.01%, 핵심 계열사인 애경개발 17.01%, 애경유화 7.48% 등을 골고루 보유해 지배구조 장악력 면에서 채형석 부회장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경우 채동석 부회장이 매형인 안용찬 부회장과 자신보다 열 살 위인 부규환 부회장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채형석 부회장만큼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