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활 속에서도 역발상 투자로 고수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은 한 재개발 지역의 모습. | ||
직장을 다니다가 재테크를 계기로 직업을 바꾼 A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금 A 씨가 하고 있는 일은 주차장 운영. 처음 직장에 다닐 때는 월급만 가지고 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돈 벌 궁리만 했다. 그런 그가 택한 방법은 엉뚱하게도 주차장 운영이었다. A 씨가 어려서부터 자라온 곳은 다가구나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동네였다. 그 곳은 항상 주차문제로 시비가 있었고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과 민원도 주차였던 것이다.
A 씨는 ‘주차문제만 해결된다면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는 동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차장 사업을 부업으로 해보고 싶었다. 주차장은 시설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주차장을 만들 만한 토지, 즉 나대지가 있어야 하고 그 땅을 자신이 소유해야만 가능한 사업이었다. 땅이 없는 그는 일단 집 주변을 탐문하고 다녔다. 혹시라도 적당한 땅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A 씨는 그러다 작지만 적절한 토지를 발견했다. 사고 싶었지만 가격은 월급쟁이인 A 씨한테는 턱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땅주인에게 토지를 임대하는 것이었다. 당장 개발 계획이 없거나 적어도 2~3년은 안정적으로 임대가 가능하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땅주인을 만나 상담한 결과 적당한 가격에 임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낮에는 부인이, 퇴근 후에는 본인이 하는 방법으로 몇 달을 운영해 보았다. 3개월 뒤 결산 결과 월 15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이 생겼다. 보증금 4000만 원과 월 임대료 400만 원을 내고도 올린 것이니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운영에는 문제가 있었다. 낮에 아내가 운영하다 보니 관리는 물론 가정생활과 육아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A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좀 더 큰 주차장을 운영해 보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집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전업할 계획을 세우고 다시 부지를 물색하기를 3개월. 적당한 위치의 공터가 있어서 땅 주인과 협상을 잘 해 임대에 성공했다. A 씨는 지금 월 400만여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차장 운영에 요령도 생겨서 일요일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남들이 하찮다고 생각할 만한 부업이 지금은 당당한 본업이 된 것이다. 요즘 A 씨는 주차장 주변에 점포를 운영해 볼까 하고 탐색 중이다. 주차장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 가게, 어느 업종에 손님이 많은지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증권사를 퇴직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B 씨의 사례는 사뭇 다르다. 증권사 재직 시절 나름대로 영업을 잘했다는 자부심이 남아있는 그는 빨리 종자돈을 만들어 과거의 명예를 되찾자는 생각뿐이었다. 특히 2008년에는 주가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진정한 투자자는 이럴 때 오히려 수익을 올리기 쉽다는 것. 증권영업을 하면서 빈털터리가 된 B 씨의 선택은 선물옵션이었다. 그는 지난 11월 100만 원의 종자돈으로 일주일 만에 1300만 원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역시 수익이 크면 위험도도 높은 법. 적당한 시점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무리한 승부수를 두었다가 원금만 간신히 건졌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 없던 B 씨는 다시 선물시장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일주일 만에 1000만 원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높은 수익률이라면 빠져 나와야 하지만 이번에도 욕심을 부리다 원금도 찾지 못하며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B 씨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남들이 하는 방법의 반대로 투자를 감행했다. 그의 역발상은 처음에는 성공했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B 씨가 수익을 내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두 번째는 욕심을 너무 부렸다는 것이다. 적정 수익을 달성하면 나와야 하는데 제어가 안 된 것이다. 이처럼 역발상도 중요하지만 기본,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는 자신 스스로의 원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
최근 모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가 선물옵션으로 수천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회사의 대주주에게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나 대출을 해달라고 줄을 섰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라면 아마도 개인이 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조직이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안 된다고, 아니라고 할 때 정확하고 냉철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부동산중개업자 C 씨는 요즘 새삼스럽게 역발상 투자라는 것에 놀라고 있다. 주요 고객 D 씨(여) 때문이다. 부동산업자들이 환금성이나 투자가치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아파트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D 씨가 결정한 것은 주로 연립주택이나 다가구주택, 그리고 자투리 토지였다. D 씨가 서울 근교 도시의 자투리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도 C 씨는 말리면서 의아한 생각을 했지만 완고한 D 씨는 투자를 결정했다.
그 땅은 급매로 나와서 가격이 좀 쌌지만 면적이 불과 120㎡(약 36평) 정도고 일부는 공동지분이 있어서 좋지 않아 보였다. D 씨는 그래도 허름한 단층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투자를 감행했고 지금은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변 상가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보니 많은 사람이 임대를 원해 임차인을 선택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D 씨는 매입 후 곧바로 지분을 가진 공동소유자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매입했기 때문에 소유권에도 문제가 없다. 부동산이 하락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싼 값에 매입했기 때문에 매달 임대수익은 물론 임대가격도 상승,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C 씨가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다가구주택의 매입이었다. D 씨는 세입자들이 2년 이상 거주하고 월세인 물건을 요구했고 결국 적당한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그곳은 뉴타운 계획지역 인근이었는데 매입 후 6개월 만에 뉴타운 확장 발표가 나고 가격이 상승했다. D 씨는 6개월 뒤 그 주택을 매각했다. 매입 1년 만이었다. 물론 양도소득세를 남들보다 많이 내기는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감안하면 은행수익률의 다섯 배 이상을 낼 수가 있었다.
역발상 재테크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도 기본과 원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역발상에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늘 ‘처음처럼’ 기본을 중시하는 마음을.
한치호 재테크 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