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룸살롱에서도 종종 문제를 야기한다. 술자리 마지막에 서비스로 속풀이 라면이 제공되는 룸살롱이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손님과 시비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데 이와 관련된 연예인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룸살롱에서 한창 술자리가 이어지던 도중 가수 A는 웨이터를 불러 라면을 끓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지만 해당 업소는 속풀이 라면을 서비스해주지 않는 곳이었던 터라 웨이터는 그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수 A는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처음엔 만 원짜리 지폐를 팁으로 건네며 부탁했지만 그래도 안 된다는 웨이터의 얘기에 극도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래하고 춤추며 흥겹게 이어지던 술자리는 A의 고함으로 올스톱됐고 급히 마담이 룸으로 들어와 A를 달랬지만 이미 그는 통제 불능이었다. 결국 격분한 A는 룸살롱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화를 내며 귀가했다.
진상 손님은 아니지만 독특한 취향으로 눈길을 끄는 연예인도 있다. 지금은 한물간 방송인인 B는 유독 컵라면만 찾는다. 그래서 그의 단골 룸살롱에선 서비스 차원에서 꼭 B에겐 컵라면을 끓인 라면을 제공한다. 뭐 음식 취향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B의 라면 취향엔 그만의 사연이 있다. 과거 한창 잘나가던 시절 해외를 오갈 일도 많았다는 데 기내에서 끓여주는 라면 맛이 기가 막혔다고 하는데 기내 라면이 바로 컵라면을 끓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젠 과거의 인기를 잃어 해외에 갈 일도 많지 않고 이젠 기내 라면을 끓여주는 좋은 좌석에 타지 못하게 됐다는 B에게 끓인 컵라면은 일종의 향수인 셈이다.
룸살롱에선 접대여성 지정을 둘러싸고 종종 불상사가 터진다. 특히 지정한 접대여성이 소위 ‘더블’을 뛰는 것이 빌미가 돼 난리법석이 벌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지만 연예인 손님과는 다소 무관한 일이다. 대부분의 업소가 그 정도의 배려(연예인 지정 접대여성의 더블을 자제하는 것)는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룸살롱 입장에서 연예인을 VIP 손님으로 대접할 까닭은 없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연예인이 온다고 딱히 홍보가 되는 것도 아닌 데다 오히려 괜히 신경 쓰이는 일만 더 많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뭔가 연예인 대접을 해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는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인 진상 연예인으로 개그맨 C를 손꼽았다.
“종종 우리 가게에 왔는데 C하고 친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우리 단골이기 때문이다. 몇 차례 그 대표를 따라 우리 가게에 왔던 C가 언젠가 자기 일행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매번 이것저것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막상 계산할 땐 깎아달라며 버틴다. 연예인 DC를 해달라는데 그게 말이 되나. 그리곤 자꾸 애들(접대여성)한테 자기가 이 가게 단골인 걸 영광으로 알라는 식으로 얘기한다는 데, 사실 C는 우리 가게 손님 수준만 떨어트리는 존재일 뿐이다.”
접대여성들이 말하는 가장 진상 손님은 ‘작업 거는 남자 연예인’이라고 얘기한다. 술에 취해 주사가 심하거나 연예인이라고 허풍이 심하거나 하는 것을 굳이 진상이라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다. 그런 부분은 일반 손님들 역시 마찬가진데 연예인이라고 술집에서도 평소 이미지를 챙길 필요는 없다는 것. 그렇지만 집요하게 작업을 걸어오는 남자 연예인은 접대여성들 사이에선 절대 경계의 대상인 진정한 진상 손님이라고 한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애들이 종종 연예인 손님으로 받았다가 혹해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애들은 하나같이 피해만 본다. 감언이설로 꾀지만 걔들(연예인 손님)이 바라는 것은 돈 안내고 2차 가는 것뿐이다. 사귀는 단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사귄다고 생각하는 건 이쪽 생각일 뿐, 그들은 그냥 섹스파트너로 생각할 뿐이다.”
논현동 소재의 나름 잘나가는 룸살롱의 새끼마담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예상 외로 연예인과 접대여성이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정상적인 이성교제로 볼 수 없다는 것.
“휴식기라 작품을 안 해 돈이 없다며 용돈까지 받아가는 연예인도 있더라. 그냥 봉이 되는 거다. 몸 달라면 몸 주고 돈 달라면 돈 주는. 연인이라면 최소한 서로 연락은 하고 지내야 하는 거 아니냐. 연예인 사귄다는 애들 보면 하나같이 자기는 먼저 연락 못하고 늘 전화만 기다린다. 그게 무슨 이성교제냐? 진상 연예인한테 걸려들어 불쌍한 애들만 바보된 거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인 까닭은 데리고 일하던 접대여성들 가운데 이런 식의 피해를 입은 이들이 몇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진상 연예인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조연급으로 활동하는 남자 연예인의 실명을 몇 명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배우들 가운데 이런 진상이 많다고 한다. 술을 마시며 배우라는 직업의 정신적인 고통, 연예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외로움 등을 토로하며 접근해 연락처를 물어본다고. 식상한 방식임에도 속아 넘어가는 접대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술 취해 난리치는 거야 달래주면 그만이지만 매너 좋게 슬며시 다가와 등쳐먹는 놈들이 정말 진상”이라는 이 새끼마담의 얘기가 인상적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