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많은 프랜차이즈 본사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담할 때는 너나할 것 없이 자기 브랜드가 최고며 계약과 함께 성공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큰소리치지만 그들 말만 믿고 퇴직금을 털어 넣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김 씨 같은 예비 창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 등록제’ (홈페이지 http://franchise.ftc.go.kr)다. 지난 2008년 8월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실시되고 있는 정보공개서 등록제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776만 7000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이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과 실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면서 창업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의 김 씨와 같이 기술과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들의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운영자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준비해야 하는 독립점보다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널리 알려진 브랜드 이미지 등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에는 2007년 기준 100만 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이러한 추세로 볼 때 2010년에는 시장규모 114조 원, 우리나라 국민총생산의 9%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높은 브랜드 영향력과 검증된 시스템으로 손쉽게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가맹사업이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가맹본부 증가와 함께 부실한 업체가 창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매출액이나 이익률 등을 과장하거나, 계약서에 제시된 대로 지원을 하지 않거나, 가맹금 수령 후 연락을 두절하고 사라지는 ‘먹튀’ 업체 등 피해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영상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4일부터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경영상황 등을 기재한 정보공개서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가맹금예치제도’도 실시했다. 업소 오픈 전까지 가맹금을 금융기관에 보관, 가맹본부의 가맹금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도를 실시한 이후 2008년 11월 19일부터 정보공개서 열람이 진행 중이며 2008년 말 기준으로 1276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가 등록됐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적 수혜자인 창업자들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본사의 경영실적을 알 수 있는 재무제표, 가맹점 개설·해지율, 창업부담 비용 등의 내용을 기재하도록 했지만 이를 꼼꼼히 채워 넣은 본사가 많지 않다는 것. 정보공개서를 이용해 본 한 예비 창업자의 경우 ‘매출을 정확하게 공개한 본사가 몇 곳 없다. 내용이 너무 성의 없이 올려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가맹점 개설을 통해 창업에 나선 박 아무개 씨의 경우 “정보공개서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그게 뭐냐”고 되묻기도 했다.
2008년 11월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음식점을 개업한 손 아무개 씨는 “정보공개서의 내용이 워낙 원론적이고 간단한 것만 올라와 있어서 창업을 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본사에서 이왕 창업을 결심했다면 계약을 서둘러 예치한 가맹금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나 본 예비 창업자들의 상당수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을 가장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공정위에 등록된 ‘가맹점 사업자의 지역별 평균 매출액’의 경우 대부분의 본사가 금액을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맹점의 매출을 본사에서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이 남는 것 없이 판다는 말 아니냐”며 “가맹점에서 세금과 관련된 부분 등으로 수익을 노출하지 않으려 해 오히려 본사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가상매출을 기록할 경우 허위기재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가맹점 매출을 기록하고 싶지만 가맹점에서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것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건실한 프랜차이즈 본사라고 판단을 내릴 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서에는 자료만 의미 없이 펼쳐놓아 예비 창업자들이 건실한 업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가맹계약 희망자가 계약에 불리함이 없게 꼼꼼히 점검할 수 있도록 14일의 숙고기간이 주어지는데, 이를 어기고 기한 내에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가맹금을 지급하게 되면 가맹본부는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가맹 희망자 역시 가맹금의 일부를 받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본사에 의해 숙고기간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은 업체는 계약을 할 수 없음에도 암암리에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최근 공정위는 “정보공개서를 제출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일부 업체들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 업체들이 고의로 허위, 과장된 내용의 정보를 가맹 희망자들에게 제공했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불량 프랜차이즈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방침이라고 한다.
이지훈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한창이지만 이제까지 없었던 올바른 정보를 예비 창업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단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은 점차 수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비창업자들의 경우 정보공개서를 인터넷으로 열람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등록된 내용과 동일한지, 본사와 실제 영업 중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는 것이 더욱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래저래 아직까지는 창업자의 발품이 필요한 시기다.
김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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