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관세청이 국내 위스키 점유율 1위인 ‘윈저’ 등을 판매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에 2064억의 세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 ||
지난 1월 14일 관세청은 “디아지오에 2064억 원의 추징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디아지오가 2004년 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양주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2064억 원은 1970년 관세청이 발족한 이래 최대 규모의 추징금 액수.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조사에 착수해 11월에 마무리한 후 12월에 그 결과를 디아지오에 알렸다고 한다.
관세청 통보를 받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던 디아지오는 이 사실이 공개되자 발끈했다. 즉각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우리의) 과세평가방법은 국제법 및 국제관례를 정확히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2004년 서울세관으로부터도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디아지오 측은 관세청에 세금부과에 대한 소명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고 과세 전 적부심사를 신청했다.
디아지오는 관세청이 부과한 추징금을 모두 내야 할 경우 경영상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64억 원은 디아지오의 지난해 매출액 4500억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자금난이 예상된다. 최근 디아지오가 위스키시장 1위를 놓고 ‘임페리얼’ ‘발렌타인’ 등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디아지오에게는 더욱 뼈아파 보인다. 지난해 위스키시장 점유율은 페르노리카코리아가 33.2%, 디아지오가 30.8%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지오는 이미지 실추도 우려하고 있다. 2007년 6월 무자료거래가 적발돼 국세청으로부터 수입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가 지난해 2월 영업을 재개한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세금 부과 소식이 알려진 후 디아지오에는 주류 도매상과 소비자들로부터 ‘회사가 문 닫는 것 아니냐’라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측은 “과세 전 적부심사에서 세금이 깎인다 한들 바닥에 떨어진 이미지가 쉽게 회복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디아지오에 통보한 금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과세 전 적부심사가 끝나야 정확한 액수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추징금액 책정이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정예요원을 투입해 11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얻어낸 결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법적대응까지 거론하며 강경 모드로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맡았던 서울세관의 한 관계자는 “정해진 과세표대로 부과했을 뿐이다. 수입양주 가격은 매번 변동사항을 고려해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디아지오 측이 지난 2004년에 승인해준 것만 얘기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추징금이 나온 것은 관세(20%)보다 주세(156%)가 훨씬 높은 세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세청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액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관세청 내부에서조차 ‘지나치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기업의 국내 활동이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어긋난다는 일부의 지적도 관세청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